ESG 칼럼

ESG 칼럼

 

[1.5℃ HOW 칼럼] 아담 스미스 사상의 ESG적 확장

작성자 관리자 날짜 2025-04-24 13:41:55 조회수 59
이치한 ESG행복경제연구소 소장
이치한 ESG행복경제연구소 소장

[한스경제=이치한 ESG행복경제연구소 소장] 최근 미국발 관세전쟁 본격화가 세계 경제 질서를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을 한층 가중시키며, 오랫동안 국제경제의 중심축을 이뤄온 자유무역 체제에 균열을 일으키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국가 간 협력보다는 자국 중심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신(新)중상주의'의 부활을 예고한다.

산업혁명이전인 15세기부터 18세기까지 유럽을 지배했던 중상주의는 경제적 국가주의를 바탕으로 수출촉진, 수입억제, 고율의 관세부과, 식민지 개척, 자국 산업보호, 국가 개입확대 등을 통해 자유무역을 제한했다. 이에 정면으로 맞서 새로운 경제사상을 제시한 인물이 바로 아담 스미스(Adam Smith)다. 

그는 흔히 ‘보이지 않는 손’으로 상징되는 자유시장이론의 창시자로 잘 알려져 있지만, 단순한 시장 만능주의자는 아니다. 스미스의 사상은 시장 자율성과 자유무역의 효율성만으로는 온전히 설명될 수 없다. 우리가 종종 간과하는 사실은, 그가 ‘국부론(1776년)’에 앞서 집필한 ‘도덕 감정론(1759년)’에서 이미 인간 본성과 공동체 윤리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담아냈다는 점이다. 

이 책은 그의 경제학적 관점을 뒷받침하는 철학적 기반이자, 인간 사회에 대한 보다 포괄적인 이해를 제시한다. 단순히 이기적 이익을 추구하는 존재로만 인간을 보지 않는다. 인간을 타인의 감정에 공감하고 도덕적 판단을 내리는 ‘사회적 존재’로 인식했다. 특히 그는 “타인의 시선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능력”, 즉 ‘공감(sympathy)’을 사회질서와 경제 시스템의 핵심 요소로 보았다. 

이러한 관점은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탄생의 철학적 배경이 됐던, “배려하는 자가 승리한다(Who Cares Wins)”는 가치와 깊이 맞닿아 있다. 또한 ESG가 강조하는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는 스미스가 제시한 공감이론과도 밀접한 연관성을 지닌다. 이는 시장참여자들이 단순한 경제적 이익을 넘어 도덕적 책임과 사회적 연대를 중시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함을 시사한다.

ESG의 긴 역사는 스미스가 ‘도덕 감정론’에서 강조한 인간 본성에 대한 통찰, 특히 ‘공감 능력’과 ‘도덕적 감정’에 깊은 뿌리를 두고 있다. 인간이 ‘공공선’을 추구하는 존재라는 그의 사상이 이제 개인을 넘어 ESG 경영이라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으로 확장되고 있다. 이는 바로 아담 스미스가 말한 ‘오래된 미래’가 오늘날 기업 경영의 핵심 원칙으로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런 맥락에서 기업은 이제 단순히 주주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환경보호, 사회적 책임, 윤리적 경영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요구를 포용하며 지속가능한 성장을 추구해야 한다. 이렇듯 ESG 경영은 아담 스미스의 도덕성과 시장기능의 조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개념이라 할 수 있다.

최근 보호무역주의를 앞세운 미국의 무역정책은 자국 산업보호를 명분으로 하지만, 실제로는 글로벌 공급망의 불안정과 지속가능성 위기를 가중시키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아담 스미스의 자유 무역론은 단순한 시장개방을 넘어서, 공정한 규칙과 상호신뢰에 기반 한 국제협력의 중요성을 일깨운다. 이는 ESG와 밀접한 유엔 지속가능발전목표(UN SDGs)가 지향하는 글로벌 파트너십과도 깊이 통한다.

예컨대 적용대상과 시기가 조정되고는 있지만 탄소국경조정제(CBAM)나 공급망실사법(CSDDD)은 규제를 넘어 환경적⸱윤리적 시장 질서를 구현하려는 시도로 이해할 수 있다. 현대판 ‘글로벌 도덕 감정’이라 할 수 있으며, 이는 스미스의 철학이 오늘날 무역에 있어 사상적 기반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또한 그가 말한 ‘공정한 관찰자(impartial spectator)’ 개념은 ESG 경영의 ‘지배구조(G)’ 요소와 긴밀히 연결되며, 글로벌 질서를 지탱하는 국제적 이니셔티브의 철학적 기반으로도 작용한다. 최근 미국의 파리기후협약 탈퇴, DE&I 정책 후퇴, 일방적 관세 부과 등은 ‘공정한 관찰자’의 시각에서 볼 때 보편적 원칙을 훼손하는 행위로, 그 정당성에 대한 근본적 의문을 불러일으킨다. 

이 같은 접근에서 본 ESG는 단순한 경영 트랜드를 넘어, 경제활동의 윤리성과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는 철학적 전환이라 할 수 있다. 어쩌면 아담 스미스는 시대를 초월해 ESG 시대의 도래를 예견한 ‘현대 경제학의 창시자’였는지도 모른다. 인간 본성에 대한 깊은 통찰과 시장과 도덕의 조화를 꾀한 통합적 시각은 오늘날 ESG 담론의 핵심가치와 밀접하게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이제 공감 능력은 개인과 기업을 넘어, 국가 간 관계에서도 필수적인 덕목이 되어야 한다. 아담 스미스는 자유무역이 진정한 상호이익을 실현하려면, 공정하고 도덕적인 규범 속에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보호무역주의의 부상과 함께, 그의 사상이 다시금 조명을 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ESG가 각종 도전에 직면하고 신중상주의가 다시 고개를 드는 오늘날, 아담 스미스는 오히려 시대를 앞서간 가장 현대적인 사상가이다. 이제 ESG는 단순한 규제가 아닌, 지속가능성을 지향하는 ‘가치의 언어’로 자리 잡으며, 그가 던진 ‘근본적인 질문’에 대한 인류가 제시하는 ‘실천적 해답’이 되어야 한다.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