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학습하지 않고서는 미래 준비할 수 없어”
[한스경제=권선형 기자] “ESG는 기업의 지속가능성과 중장기적 가치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핵심 요소입니다. 반영하는 기업과 반영하지 않는 기업의 결과는 극명하게 나뉩니다.”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ESG 전문가 과정의 최자용 해국판교 회장은 ESG 경영의 중요성에 대해 이 같이 밝히며 “오늘날 비재무적 지표인 ESG는 글로벌 경제 환경의 중요 요소로 작용하고 있어 경영자가 이를 읽지 못하면 회사의 미래는 불투명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내외 굴지의 대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유 중 하나가 이 같은 ESG 흐름을 읽어내지 못 한 결과로, ESG를 기업 경영에 더 적극적으로 도입해야 기업의 위험성을 해소하고 투자 활성화, 경제·사회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최 회장은 ESG를 소홀히 해 기업의 지속가능성에 타격을 입은 다양한 사례를 언급했다. 최 회장은 환경(E) 분야와 관련해 미국 엑손 발데스호의 알래스카 해상 기름 유출 사고를 예로 들며 “이 사고를 통해 해당 지역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주었을 뿐만 아니라, 수십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환경 문제를 남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사회(S) 분야에서는 국내 유제품 기업의 대리점 갑질 문제를 언급했다. 최 회장은 “이 사건은 경영진이 사회의 의식 전환을 고려하지 않은 결과 나타난 것”이라며 “사주 일가의 독단적 경영과 맞물려 결국 경영권 매각이라는 결과를 낳았다”고 평가했다.
그는 지배구조(G) 분야에서는 미국 엔론사(Enron Corporation)의 회계 부정 사건을 예로 들었다. 미국 엔론사의 회계 부정 사건은 2001년에 발생한 기업 스캔들로, 기업 윤리와 회계 규제에 큰 영향을 미쳤다. 최 회장은 “엔론 사태는 기업 윤리와 회계 투명성의 중요성을 전 세계에 각인시킨 사건으로, 이후 기업 경영과 회계 감사 방식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왔다”며 “이 사건을 계기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윤리경영에 대한 인식이 크게 제고됐고 현재의 ESG 경영 트렌드로까지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최 회장이 ESG 전문가 과정에 참여한 계기 또한 이러한 ESG 시대의 기업 경영 흐름을 읽고 앞을 내다보기 위해서다. 그는 “특히 조경진 주임교수님이 4기 출범식 때 언급한 ‘ESG를 학습하지 않고서는 미래를 준비할 수 없다’는 말이 아직도 생생하게 남아 있다”며 “애플 등 글로벌 선도 기업들은 ESG의 중요성을 지속적으로 강조하며 기업을 운영하고 있지만 국내 대기업들은 ESG에 관한 관심은 높아지고 있지만 아직 걸음마 단계”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S&P500 기업 중 90% 이상이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하는 것에 비해 국내 기업은 그 절반도 못 미치고 있다”며 “이는 국내 기업들의 ESG 대응이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라고 설명했다.
다만 최 회장은 최근 국내 대기업도 ESG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경영에 반영하려는 움직임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예를 들어 효성티앤씨는 버려진 페트병을 활용한 친환경 원사 '리젠'을 생산해 글로벌 패션업체 제품에 사용하고 있고 SK그룹은 주요 계열사들의 사회적 가치 창출 성과를 수치화해 공개하고 있다. 또 네이버는 창업자 중심 경영에서 이사회 중심의 시스템 경영으로 전환하는 등 기업지배구조 개선에 나서고 있는 등 국내 대기업들의 ESG 경영은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최 회장은 ESG가 국내에 더 확대되기 위해서는 한국 실정에 맞는 ESG 모델 개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나라 산업의 특성상 99%가 중소기업이고, 81%가 중소기업 근로자인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며 “중소기업 99% 중에서도 중견, 강소, 개인사업 등 분류가 다양하고,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고부가가치 산업에 대한 새로운 모델 제시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단순히 글로벌 스탠다드를 그대로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 경제의 특수성을 고려한 ESG 모델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최 회장은 한국형 ESG 모델을 개발하기 위해 정부, 산업계, 학계가 머리를 맞대 모델 개발에 시급히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부동산 개발업체인 해국(海菊)판교를 운영 중인 최 회장도 기업 경영에 ESG를 적극 도입하고 있다. 그는 “해국판교는 도시개발과 자산투자 분야에서 ESG 원칙을 적용하고 있다”며 “특히 판교테크노밸리 조성 사업에 참여하며 대한민국의 미래 산업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기업의 지배구조(G) 측면에서는 판교 4차 개발을 위한 지주회사 참여 과정에서 회계의 투명성을 위해 한성판암을 설립했다”며 “이를 통해 도시개발 과정에서 자주 발생하는 회계 문제를 해소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사회적 책임(S) 측면에서도 적극적이다. 최 회장은 “판교클라쓰를 통해 성남시 낙후 지역에 약 2500평 규모의 테니스장을 착공했다”며 “이를 통해 지역 주민들에게 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는 운동 공간을 제공했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이러한 노력을 인정받아 한 일간지로부터 생활체육 리더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최 회장은 미래에 가장 중요한 요소로 AI(인공지능)을 꼽았다. 그는 “우리는 지금 인공지능 시대의 한가운데 살고 있다”며 “AI가 역사상 그 어떤 혁명보다 강하고 빠르게 엄청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그는 판교 4차 테크노밸리를 AI 산업의 중심지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최 회장은 ”4차 판교테크노밸리는 4차산업 특별도시 성남(판교)의 마지막 퍼즐”이라며 “이곳이 AI 기반의 미래 산업 중심 거점이 될 수 있도록 도시개발과 투자를 진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 회장은 미래 변화에 대한 선제적 대응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한국 경제 혁신을 위해서는 미래 변화를 미리 간파하고 사전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며 “2000년 애플이 신개념 휴대전화를 출시했을 때, 지금과 같은 복합 기능의 스마트폰을 출시할지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다”며 “그만큼 미래는 예측하기 어렵지만, 그 변화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AI를 비롯한 미래 산업 분야가 국가의 운명을 좌우할 것”이라며 “그 중심에 AI가 있을 것이며 해국판교는 이를 위한 기반을 마련하는 데 전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