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NZAMI 탈퇴..."가입 유지, 실무 관행에 혼선"
"트럼프 취임에 월가 은행들, 기후단체 떠나"
[한스경제=정라진 기자]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BlackRock)이 '넷제로 자산운용사 이니셔티브(NZAMI)'를 탈퇴하기로 했다. 트럼프 취임을 10여일 앞둔 가운데 공화당 정치인들의 압박이 지속되면서 탈퇴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블랙록은 이날 고객사에 서한을 보내면서 탈퇴 의사를 밝혔다. 앞서 블랙록은 글로벌 고객사의 3분의 2가 탄소중립을 목표로 하고 있어, NZAMI와 같은 단체에 가입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설명해왔다.
그러나 이번 탈퇴 배경으로는 "NZAMI에 대한 회원 자격이 블랙록의 실무 관행에 혼선을 초래하고, 여러 공직자들의 법적 조사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번 탈퇴는 고객을 위한 상품과 솔루션 개발, 포트폴리오를 운용하는 방식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블랙록의) 포트폴리오 매니저들은 여전히 기후 관련 위험을 중요하게 평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NZAMI는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0'으로 줄이겠다는 목표를 지지하는 자산운용사들의 모임이다. 이를 위해 기업 주주총회에서 의결권 행사와 같은 영향력을 활용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2020년 설립 당시 유엔 기후회의에서 지지를 받으면서 출범했다.그러나 미국 공화당 측에서 지속적으로 "좌경화된 자본"이라며 반독점법 위반 단체라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NZAMI는 여전히 큰 규모를 자랑하고 있다. NZAMI에 따르면 현재 325개의 회원사가 가입됐고, 이들의 운용 자산은 총 57조500억달러(약 8경3322조원)에 이른다.
블랙록의 탈퇴 배경에는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의 취임이 다가왔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오는 20일 취임식을 앞두고 공화당 의원들의 압박이 있었다는 이야기다.
로이터에 따르면 지난달 공화당의 의회 위원회는 NZAMI 가입사들에 관련 자료를 요청한 바 있다. 로이터는 트럼프 당선인의 복귀와 공화당의 의회 장악을 앞두고 월가 은행들은 기후 단체를 떠났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이들의 이탈이 투자자들의 대출이나 주식 매입 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기업들의 참여는 투자자들에게 환경을 우선 순위에 두고 있다는 중요한 신호였다"고 평가했다.
NZAMI 대변인은 "(블랙록 등) 투자자들의 탈퇴가 실망스럽다. 기후변화의 위험은 곧 재무적 위험"이라며 "투자자들이 (기후변화에 대한) 위험을 낮추고 넷제로의 경제 전환에서 기회를 얻을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존재한다"고 강조했다.
블랙록의 탈퇴가 다른 기업들의 탈퇴러시로 이어지지 않을까라는 우려도 존재한다. 전 세계에서 ESG(환경사회거버넌스) 바람을 이끌었기 때문이다. 여전히 JP모건 등 주요 경쟁사는 NZAMI의 가입을 유지하는 가운데 앞서 뱅가드는 2022년 이미 NZAMI를 탈퇴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