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조경, 쉼터 제공뿐 아니라 생태계 복원·환경 문제 해결에 기여”
“생물다양성 품는 도시 자연공간 구현, 지속가능성 위해 필요”
[한스경제=주진 기자] “조경으로 인공의 자연 공간을 만들어가는 제 일에서 ‘생물다양성’을 품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배우고,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실천하고 싶습니다.”
차정미 조경기술사사무소 차이(CHA E.) 대표는 지난달 30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조경이 단순히 환경을 꾸미는 기술적 영역으로 보는 것을 넘어, 환경 문제를 해결하고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운을 뗐다.
차 대표는 세 아이의 엄마, 아내, 주부가 아니라 ‘나’로 살아가기 위해 3년 여간 치열한 공부와 도전으로 ‘조경기술사’, ‘자연환경관리기술사’, ‘산림기사(산림공학기술자, 산림경영기술자)’ 자격증을 따내며 본격적으로 조경업에 뛰어들었다. ‘기술사’는 대한민국 최고의 국가기술자격증으로 국가기술자격의 등급에서 최상위급이다.
그는 지난 2013년 1월 부산 해운대구에서 ‘조경기술사사무소 차이(CHA E.)’를 열고 공원, 아파트 등 주택단지 등에 사람과 자연이 공존할 수 있는 공간을 설계하고 있다.
차 대표는 “인공구조물로 뒤덮인 도시에 자연과 교감할 수 있는 휴식 공간의 필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면서 “과거 나무 몇 그루에 지나지 않았던 아파트 단지 내 조경이 최근 들어 '실개천', '아열대온실', '옥상 조경' 등으로 진화를 거듭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변화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그는 “‘조경’을 ‘나무 심는 일’이라고 간단히 설명하기에는 내포하고 있는 잠재력과 포용성이 큰 분야”라며 “조경이 사람들에게 쉼터를 제공하는 동시에 환경을 정화하고 생태계를 회복시키는 중요한 공간을 만드는 일”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환경 고전이라고 일컫는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 책 표지에는 죽어있는 새가 있다. 먹이인 곤충이 없는 세상에서 새는 굶어 죽게 된다, 그 새의 죽음이 곧 우리의 일이 될지도 모른다고 경고하고 있다”면서 “지금 우리가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도록 변화하지 않으면 안된다. 내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이 더 이상 악화되지 않도록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차 대표가 생물다양성을 함께 고민해 생명이 함께 공존하는 아름다운 도시의 자연 공간을 계획하는 것을 지향 목표로 삼은 이유다. 이를 위해 지자체 건축위원회·도시계획위원회 등에서 활발한 활동도 하고 있다.
그는 “우리가 발견하고 파괴하며 성장해온 경제발전은 건강한 환경, 건강한 지구 없이는 존재할 수 없다”며 “환경에 대한 중요성이 경제적인 부분에 밀려나는 현상에 많이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그는 “기후위기 문제는 당장 내 일이 되고 있다. 환경과 경제 문제는 우리 삶과 밀접하게 연관돼있다”며 “최근 발생한 대형산불에서, 갑자기 더웠다 추웠다가 반복되는 기온차에서도 마트에서 만원으로 살 수 있는 것들이 점점 줄어드는 현실에서도 다양하게 그 피해를 받으며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차 대표는 정부 정책과 관련해 “우리가 직접 마시는 대기, 먹는 물, 다양한 생명의 터전인 토양과 자연환경 등 환경 문제에 지금보다 더 적극적이고 제도적으로 강한 규제가 이뤄져야 하고, 대안을 마련할 수 있는 많은 연구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또 “매일 아침 ‘대기질’을 검색하고 스스로 마스크를 선택하는 것처럼 국민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기휘위기와 관련한 정보들, 국민들이 선택해서 실천할 수 있는 행동을 쉽게 접할 수 있었으면 한다”고 바람을 나타냈다.
그러면서 “‘조경’이 가진 잠재력과 포용성에 대한 생각과 현실적인 역할을 고민하면서 해답을 찾는 실마리가 될 수 있겠다는 희망으로 ‘지속가능ESG 전문가과정 5기’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차 대표는 올 3월부터 지난 4개월간 대학원 수업이 있는 매주 금요일마다 부산에서 서울까지 원거리 통학하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았다.
그는 “서울대 환경대학원 ‘지속가능ESG 전문가과정’은 환경 관련 책을 통해 간접적으로 접해온 ESG를 직접적인 사례들과 함께 배울 수 있는 귀한 시간이었다”며 “지속가능ESG에서 내 일과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조경’의 역할과 직접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은 무엇인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고 있는 중”이라고 미소 지었다. 그러면서 “5기 과정을 마친 후에도 함께 한 펠로우들과 함께 여러 활동을 해나가며 답을 찾아갈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