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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기업 지배구조는 ‘지배권’에 갇힌 거버넌스…투자자 보호 뒷전? [The SIGNAL]

작성자 관리자 날짜 2025-06-26 13:36:00 조회수 32

내용요약김우진 서울대 교수 “지배구조, 투자자 보호 위한 장치여야”

김우진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가 19일 서울 여의도 FKI타워(구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한스경제 창간 10주년 기념 ‘2025 ESG 코리아 포럼 및 시상식(2025 ESG Korea Forum & Awards)’에서 '한국 기업지배구조 현황과 전망'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최대성 기자 dpdaesung@sporbiz.co.kr 2025.06.19.
김우진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가 19일 서울 여의도 FKI타워(구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한스경제 창간 10주년 기념 ‘2025 ESG 코리아 포럼 및 시상식(2025 ESG Korea Forum & Awards)’에서 '한국 기업지배구조 현황과 전망'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최대성 기자 dpdaesung@sporbiz.co.kr 2025.06.19.

[한스경제=이채연 기자] 우리나라의 기업 지배구조 논의가 본질적인 개념 왜곡에 빠져 ‘거버넌스(Governance)’의 핵심 목적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지분 구조나 지배력 중심의 접근에 치우친 나머지, 이사회 감시와 같은 투자자 보호를 위한 본연의 역할은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는 비판이다.

김우진 서울대학교 경영대학 교수는 지난 19일 ‘2025 ESG 코리아 포럼’에서 진행된 ‘한국 기업지배구조 현황과 전망’을 주제로 한 강연에서 “투자자 중심의 거버넌스는 실종 상태”라며, 우리나라 기업 지배구조의 한계를 짚었다.

◆지배권에 가려진 ‘진짜 G’

김 교수는 “미국에서는 거버넌스라고 하면 이사회·감사 기구·임원 보상 같은 감시 장치를 떠올리지만, 한국은 회장 지분 구조부터 본다”며 “이건 거버넌스가 아닌 콘트롤(control), 즉 ‘지배권’ 개념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거버넌스는 기업에 자금을 댄 투자자가 그 자금의 회수 가능성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설계된 장치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여전히 ‘누가 얼마나 지배하느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지분율이 적으면 지배력이 약하다고 보지만, 외려 일반주주 보호라는 관점에서는 반대 해석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한국에서 ‘지배구조’라고 하면 대개 회장이 어느 계열사에 얼마나 지분을 가졌는지를 따지는 ‘지분도’부터 떠올린다. 하지만 이는 영어로는 ‘Control’에 가까운 개념이다. 반면 ESG(환경·사회·지배구조)에서의 G는 이사회 구성·감사위원회·경영진 보상 등 기업 내부 통제와 투자자 보호에 방점이 찍힌다.

김 교수는 “두 개념이 모두 ‘지배구조’로 번역되면서 의미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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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 상장, ‘이해 상충’의 공장

국내 기업 지배구조가 본질적으로 왜곡되는 배경 중 하나는 ‘복수 상장’ 구조다. 미국의 경우 제너럴일렉트릭(GE), 구글(알파벳)처럼 대부분 단일 상장 체제로, 모회사만 상장하고 자회사는 100% 비상장 자회사로 편제돼 있다. 이에 따라 내부거래에서 이해 상충이 발생하지 않으며, 이사회와 감사 기구만 제대로 감시하면 된다.

반면 한국은 하나의 그룹 내에 수많은 상장사가 중첩돼 있다. 삼성그룹만 해도 상장사가 16개를 넘는다. 김 교수는 “이런 구조에서는 지배주주가 자신에게 유리한 거래 조건을 설계해 부를 이전하는 것이 가능하다”며 “특히 개인회사와 상장사 간 내부거래는 가장 강한 이해 상충 구조”라고 경고했다.

이러한 구조에서는 지배주주가 직접 지분을 적게 보유하고도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으며, 반대로 배당은 거의 받지 못하는 괴리 구조가 만들어진다. 그는 “배당으로 못 받는 대신 다른 방식으로 이익을 빼가게 되는데, 그게 곧 구조적 사익편취 문제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개인회사와의 거래, 왜 문제인가

김 교수는 지배주주가 따로 개인회사를 만들어 상장사와 반복 거래를 하는 구조야말로 한국 거버넌스 문제의 핵심이라고 봤다.

김 교수는 “상장회사 하나만 존재한다면 내부거래에서 이해 상충이 생길 여지가 없습니다. 그런데 지배주주가 100% 보유한 개인회사와 상장사가 거래를 하면 얘기가 달라집니다”고 짚었다.

그는 SM엔터테인먼트 사례를 대표적으로 들었다. 이수만 전 총괄이 ‘라이크기획’이라는 개인회사를 만들어 SM으로부터 음악 자문료를 받았고, 이 액수가 SM 매출의 6%, 이익의 45%에 달한 해도 있었다는 것이다. 이어 “이건 일반주주에게 도둑질이나 마찬가지”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김우진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가 19일 서울 여의도 FKI타워(구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한스경제 창간 10주년 기념 ‘2025 ESG 코리아 포럼 및 시상식(2025 ESG Korea Forum & Awards)’에서 ‘한국 기업지배구조 현황과 전망’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 최대성 기자
김우진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가 19일 서울 여의도 FKI타워(구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한스경제 창간 10주년 기념 ‘2025 ESG 코리아 포럼 및 시상식(2025 ESG Korea Forum & Awards)’에서 ‘한국 기업지배구조 현황과 전망’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 최대성 기자

◆반대 길 택한 메리츠...“부영이 제왕적 지배구조? 코미디”

한국 대부분이 복수 상장으로 ‘지배권 확장’을 택하는 가운데, 메리츠는 반대 길을 택했다. 2022년 메리츠화재와 메리츠증권을 상장폐지하고 단일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자, 주가는 일제히 상한가를 기록했다.

김 교수는 “전문경영인 체제도 대안이지만, 당장은 지배가문이 20~30% 안정 지분을 가진 지주회사 하나만 상장하고 나머지는 비상장 자회사로 두는 게 최적”이라고 주장했다.

상장사가 하나도 없는 부영그룹에 대해 제왕적 지배구조라고 쓴 기사를 예시로 들며 “부영그룹을 두고 지배구조가 취약하다는 기사는 코미디”라고도 했다.

부영그룹은 상장사가 단 하나도 없다. 회장 일가가 90% 이상 지분을 가진 비상장 계열사들로 이뤄져 있어 공시 의무는 물론 사외이사 제도도 없다. 김 교수는 “이런 곳에 ‘지배구조 취약’이라는 말은 어불성설”이라며 “지배구조가 아니라 ‘세금’의 문제일 뿐”이라고 꼬집었다.

◆공정위 아닌 상법 개정이 해법

김 교수는 지금까지 공정거래위원회가 해온 규제 방식으로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김 교수는 “공정위는 수치 기준을 정하면 시장은 0.01% 차이로 피해 가며 빠져나간다”며 “복잡한 구조는 민사적 구제를 포함한 상법으로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기거래와 이해 상충 거래에 대해 이사회 의무를 강화하고, 배당 등 합리적인 경영 판단과의 구분을 법적으로 명확히 해야 한다는 게 그의 입장이다.

결국 김 교수가 강조한 핵심은 분명하다. 거버넌스는 회장의 지배력이 아니라, 자금을 댄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한 장치라는 점이다. ESG가 강조되는 지금, 한국의 지배구조 논의도 이제는 그 본래 자리로 돌아가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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