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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전기차 보조금 지급 전제 조건 ‘SBTi 승인’ 내걸어...韓 자동차 수출 ‘경고등’

작성자 관리자 날짜 2025-08-05 13:05:21 조회수 11

내용요약“제조사, SBTi 승인받아야”...미이행 시 보조금 ‘0원’
KoSIF, “새로운 무역장벽 가능성...능동적 대응 시급”

영국 정부가 전기차 보조금 지급 전제 조건으로 '과학 기반 감축 목표 이니셔티브(SBTi)' 승인을 의무화했다. / 사진=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영국 정부가 전기차 보조금 지급 전제 조건으로 '과학 기반 감축 목표 이니셔티브(SBTi)' 승인을 의무화했다. / 사진=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 한스경제=신연수 기자 | 영국 정부가 지난 15일 전기차 보조금을 지급하는 전제 조건으로 ‘과학 기반 감축 목표 이니셔티브(SBTi)' 승인을 의무화했다. 이 때문에 국내 자동차 산업에 새로운 도전 과제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유럽 주요 기업들이 이미 관련 기준을 충족한 가운데, 현대자동차와 기아 등 SBTi 미참여 기업들은 보조금 혜택에서 배제되며 수출에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SBTi는 기업의 탄소 감축 목표가 파리협정의 목표인 지구 표면 평균 온도 1.5도 억제 달성에 충분한지를 검증하는 글로벌 이니셔티브로, 기후 과학에 입각해 목표의 적절성을 평가하는 기관이다.

특히 글로벌 기업의 공급망에 진입하거나 기관 투자자들의 ESG 평가를 통과하는 기준으로 여겨진다. 실제로 현재 전 세계 1만1000개 이상의 기업과 금융기관이 참여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80곳이 넘는 기업 등이 감축 선언에 동참하는 상황이다.

이번 제도는 노동당 정부가 전기차 보급 속도를 높이기 위해 지난 2022년 6월 보수당 정부에 의해 폐지된 지 약 3년 만에 재도입했다. 정부는 3만7000파운드(약6800만원) 이하의 배터리 전기차에 최대 3750파운드(약 695만원)의 보조금을 지원하는 것이 골자다.

그러나 제조사가 SBTi 승인을 받지 않았다면 소비자는 보조금을 전혀 받을 수 없다. 또한 SBTi 승인을 받더라도 차량 조립 위치(30%)와 배터리 생산지(70%)의 전력 온실가스 배출 수준에 따라 보조금을 차등 지급하는 이중 구조까지 갖췄다.

김태한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KoSIF) 수석연구원은 “미국의 IRA(인플레이션 감축법)와 마찬가지로 보조금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소비자 가격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시장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며 “SBTi가 환경 규제를 넘어 주요 시장의 진입 자격을 좌우하는 ‘무역 장벽’으로 작용하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경쟁사는 ‘준비 완료’, 현대·기아는 ‘아직’

이번 도치로 유럽 시장에 공을 들여온 현대자동차와 기아의 입지가 흔들릴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폭스바겐, 르노, BMW 등 유럽의 주요 경쟁사들은 이미 SBTi 단기 목표를 승인받았지만, 현대차와 기아는 아직 목표 수립을 위한 서약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영국은 독일에 이어 유럽 자동차 시장에서 판매량 2위를 차지하고, 특히 전기차 시장은 1위를 점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연간 순수전기차(BEV) 판매량은 약 38만대에 달한다. 현대차와 기어는 최근 영국 월간 신차 판매량 순위에서 각각 4위와 5위를 기록했고, 전기차 시장에서도 합산 점유율 9~10%를 차지하며 입지를 다져왔다.

이번 보조금 정책이 비교적 저렴한 차량에 한정되고, 테슬라나 중국 BYD(비야디) 같은 경쟁사 역시 SBTi 승인을 받지 않았다는 점에서 단기적 영향은 제한적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영국 정부가 2030년까지 신차의 80%를 전기차로 전환하겠다고 밝힌 만큼, 시장 형성 초기 단계부터 보조금 경쟁에서 배제되는 것은 시장의 주도권을 되찾는 데 어려울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주요 자동차 기업 SBTi 승인 현황 / 사진=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주요 자동차 기업 SBTi 승인 현황 / 사진=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RE100보다 강력한 SBTi, ‘능동적 전략’ 마련 시급

영국 정부의 이번 조치가 국내 기업에 미치는 파급력이 큰 이유는 SBTi가 기존의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보다 훨씬 엄격하고 까다로운 기준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SBTi는 기업 자체의 온실가스 배출 관리를 넘어 ▲원자재 ▲부품 ▲소재 등 공급망을 포함한 가치사슬 전반(스코프3)의 탄소중립을 요구한다. 이는 국가 전체의 재생에너지 비중이 낮고, 자국 내 공급망 비중이 높은 국내 기업에는 이행 난이도가 더욱 높은 과제다.

한편, 이번 정책은 영국 정부의 일관된 정책 기조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다. 영국은 이미 2021년 9월부터 대규모 공공조달에 참여하는 기업을 대상으로 스코프 1, 2, 3을 모두 포함하는 탄소배출 감축 계획 제출을 의무화한 바 있다. 이는 특정 산업을 넘어 정책 전반에 걸쳐 공급망 탈탄소화 요구가 강화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김 수석연구원은 “이번 영국의 조치는 향후 다른 유럽연합(EU) 국가나 미국 내 일부 주(州)로 빠르게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상당한 준비 기간을 부여했던 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와 달리 영국의 이번 보조금 정책은 당장 우리 기업의 제품을 소비자의 선택지에서 사라지게 할 수 있어 그 파급력이 훨씬 크고 즉각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이러한 기후변화를 활용한 통상 압력이 계속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수출 중심의 한국 경제 구조상 수동적인 대응을 넘어 기후변화 주도권을 국익에 활용하는 능동적인 전략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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