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LNG 선박 도입·스마트물류 혁신 바탕 온실가스 배출 감소 성과
절대 배출량 저감·글로벌 규제 대응 등은 과제로 남아
기후 변화를 넘어 기후위기의 시대가 도래하면서 인류의 생산활동 과정에서 대량 배출되는 온실가스는 결국 인류의 생존마저 위협하는 상황이 돼버렸다.
온실가스는 기업들이 생산한 제품을 소비자가 구매하고 소비하고 버리는 모든 과정에서 발생하지만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들의 공장 가동 능력, 매출 규모에 따라 배출량이 그에 상응한 수준으로 나타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산업계가 2050년 '넷제로(NET-ZERO)'라는 공동 목표 아래 탄소 감축 경영에 속도를 내고 있다. 각 기업마다 자체 활동보고서를 통해 관련 경영 목표와 세부 계획을 내놓고 있지만 성과는 여전히 제한적이다.
그 이유는 산업계의 탄소 감축 청사진이 실현 가능성보다 정부 정책에 편승해 '보여주기식 계획'에 머물러 있다는 점이다.
업종과 규모에 따라 상대적으로 온실가스를 많이 내뿜는 곳이 있고 비교적 덜 배출한 곳도 있지만 ‘온실가스 배출량’을 기준으로 현재 기업의 환경개선 실천 여부를 가늠해 볼 수 있다.
이에 한스경제는 ESG행복경영연구소가 발표한 '시총 100대 환경정보'를 토대로 매출액 증가 상위 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 에너지사용량을 점검해봤다.
특히 탄소배출권에 대한 정부 규제 강화로 향후 기업들의 실질적인 재정 부담으로 이어지게 될 상황에서 온실가스 배출 및 에너지 사용량 저감을 위한 기업들의 대응 상황도 함께 조명해 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 한스경제=김창수 기자 | 현대글로비스는 운송 중심 사업 구조라는 제약을 안고 있음에도 최근 탄소 배출 및 에너지 효율 개선에서 의미 있는 진전을 보였다.
다만 산업 특성상 절대 배출량을 줄이는 과정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글로벌 환경 규제 강화 흐름 대응을 위한 전략적 전환 및 시스템 통합이 절실하다는 평가다.
ESG행복경제연구소가 발표한 ‘2025년 시총 100대 기업 환경정보(2023~2024)’ 자료 등에 따르면 2024년 현대글로비스 온실가스 배출량은 328만4344톤(tCO₂eq)으로 전년(350만14톤) 대비 6.1% 감소했다.
더 고무적인 지표는 매출 1억원 당 배출량을 나타내는 원단위(온실가스 배출량을 매출액으로 나눈 값)가 2023년 17.95에서 2024년 15.18로 15.4% 개선된 점이다.
매출 증가에도 불구하고 배출량이 줄었다는 점은 수익 증대와 탄소배출 감축 ‘두 마리 토끼’ 잡기에 성공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에너지 사용 측면에서도 유사한 흐름이 나타났다. 현대글로비스가 2024년 사용한 에너지 총량은 1210.8TJ로 2023년 수준(1209.7TJ)과 거의 동일하나 에너지 원단위(TOE/억 원)는 0.133으로 2023년 0.148 대비 10.3% 개선됐다.
회사의 매출액이 2023년 25조6832억원에서 이듬해 28조4074억원으로 10% 넘게 오른 기간에 에너지 사용 총량은 거의 변화가 없었던 셈이다.
이 같은 개선 배경에는 여러 전략적 선택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우선 해상운송 부문에서 액화천연가스(LNG) 이중연료 추진 자동차운반선(PCTC) 도입 계획이 대표적이다.
현대글로비스는 SK가스 계열사와 동남권 LNG 연료 공급망 구축에 나섰다. 또한 울산 등 기항지 인근에서 LNG 연료 보급이 가능하도록 인프라를 마련하고 있다.
현대글로비스는 오는 2028년까지 이중연료 선박 30척 이상 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LNG 사용 시 기존 유황저감유 대비 탄소 배출을 20% 이상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2035년까지 완전 무탄소 선박 도입도 목표로 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사업장 전력 재생에너지 전환, 전기·수소 트럭 도입 등 다각도 전략을 세우고 있다.
아울러 현대글로비스는 환경 분야 지출을 확대, 감축 역량을 키우고 있다. 2024년 기준 환경 투자 및 지출액에 역대 최대인 4250억원을 투입, 2023년(2209억원) 대비 두 배 수준으로 늘렸다.
이 비용은 단순한 설비 교체나 에너지 절감 투자뿐 아니라 친환경 제품 구매, 설비 개조, 연료 전환 기반 구축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통해 실제 물류센터, 차량 운송, 운송 경로 최적화, 스마트 물류 시스템 구축 등 다양한 영역에 걸쳐 투자가 이뤄졌다.
현대글로비스는 스마트물류 역량 강화를 위해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기반 운송 경로 최적화, 복화물(Backhaul) 연계, 비효율 운행 최소화 등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물류산업진흥재단과 협력, 이해관계사와 협력사 등을 대상으로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컨설팅을 제공하는 한편 공급망 전반 지속가능성 향상에도 힘을 쏟고 있다.
다만 이러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현대글로비스의 ‘탈(脫)탄소 경영’이 넘어야 할 벽은 여전히 만만치 않다는 평가다.
우선 절대 배출량 감축 지속성 확보가 관건으로 꼽힌다. 운송 산업 특성상 물동량 확대와 매출 상승이 배출량 증가로 직결되는 만큼 원단위 개선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이를 해결하려면 향후 실질적 절대량 감축을 꾸준히 유지할 수 있는 구조적 기반이 뒷받침돼야 한다.
이는 고효율 선박 확대뿐 아니라 복합 운송, 순환물류 체계 정착 등 전반적 운송 구조 재편과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현재 현대글로비스가 밝히고 있는 감축 데이터가 Scope 1·2(직접·간접 배출)에 국한돼 있다는 점도 한계로 꼽힌다. 현대글로비스가 직접 운용하지 않는 외주 운송, 협력사 물류, 공급망 하부에서 발생하는 ‘Scope 3’ 배출량은 사실상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회계 신뢰도를 높이고 국제적 투자 기준을 충족하려면 이 영역에 대한 가시성과 통제도 필수다.
특히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과학기반목표이니셔티브(SBTi), 기후변화 관련 재무정보공개 협의체(TCFD) 등 각종 국제 규제 및 인증 요구가 강화되는 추세에서 Scope 3 관리 여부는 기업 신뢰도를 좌우하는 기준으로 부상하고 있다.
또한 최근에는 선사 중심 감축 기조만으로는 충분한 경쟁력 확보가 어려운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글로벌 완성차 메이커나 소비재 기업들이 물류 협력업체에 Scope 3 감축 계획을 요구하면서 현대글로비스 역시 고객사 ESG 평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는 단순한 감축 성과를 넘어 글로벌 밸류체인 내 ‘저탄소 파트너’로서의 자격 요건을 갖춰야 함을 의미한다. 특히 북미, 유럽, 일본 등의 주요 고객사들이 운송 부문 온실가스 배출 정량화 국제 표준인 ‘ISO14083’ 기반 정보 공개를 요구하고 있어 데이터 투명성과 외부 검증 능력 확보도 시급한 과제가 됐다.
선박 전환과 연료 다변화에는 위험 요인도 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LNG는 과도기 연료로 평가받지만 메탄슬립(LNG 연소 시 메탄이 완전히 연소되지 않고 배출되는 현상) 문제, 공급 인프라 불균형 등 현실적 한계가 있다.
무탄소 선박으로 전환하는 데 드는 초기 비용과 기술 불확실성도 현대글로비스 입장에서 감당해야 할 과제다.
글로벌 공급망 구조상 탄소중립 인프라가 아직 완벽히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조기 투자로 인한 비용 회수 여부가 불확실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글로벌 해운업계에 적용되는 국제해사기구(IMO) 탄소 규제 강화, EU 온실가스 감축 정량 평가인 MRV 시스템, 미국 청정수소 정책 등 외부 변수도 작용할 전망이다.
현대글로비스는 이러한 변화에 선제 대응, 오는 2045년 탄소중립을 선언했지만 실제 달성까지는 갈 길이 멀다. 선언이 구체적 이행 전략과 실효성 있는 수단 발굴로 이어져야 진정한 경영 전략으로 효용을 보일 것이란 평가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글로비스 탈탄소 경영은 현재 효율 중심 탄소 감축 단계에서 구조 전환 및 생태계 통합 관리로 넘어가야 하는 기로에 서 있다”며 “이미 선도적 기술 투자와 운송 효율화 성과는 나타나고 있으나 중장기적으로는 Scope 3까지 포함한 온실가스 통합 거버넌스 구축, 글로벌 규제 변화에 발맞춘 경영 시스템 전환이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