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상반기 기준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34.3%…석탄 제쳐
태양광·풍력 급성장 속 화석연료 의존 감소…韓, 글로벌 추세와 온도차
| 한스경제=김창수 기자 | 전 세계 발전 에너지원 구도에 대전환이 일어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재생에너지가 처음으로 석탄보다 많은 전력을 생산한 것으로 나타났다.
태양광과 풍력 중심 설비 증가를 중심으로 저비용화가 빠르게 진전된 점이 수요 확대를 가능케 했다는 분석이다.
반면 한국은 아직 석탄 의존도가 높고 재생에너지 전환 속도가 글로벌 흐름에 못 미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글로벌 에너지 싱크탱크 엠버(Ember)는 최근 발표한 ‘2025년 글로벌 전력 중간 분석’ 보고서를 통해 올 상반기 전 세계 전력 생산에서 재생에너지 비중이 34.3%를 기록, 석탄(33.1%)을 처음 넘어섰다고 밝혔다.
올해 1~6월 중 전 세계 주요 80여개국 전력 데이터를 종합 분석한 결과다.
전 세계 전력 수요는 상반기 기준 2.6% 증가했지만 재생에너지 발전량은 태양광 31%, 풍력 7.7% 각각 증가하며 신규 수요를 초과 충족했다.
이로 인해 전체 전력 생산 중 태양광·풍력 비중이 14.3%에 달했고 기타 수력·바이오·지열 등을 합치면 재생에너지가 가장 큰 전원으로 올라섰다. 반면 석탄 발전은 비중이 감소했을 뿐 아니라 발전량 자체도 하락세를 보였다.
특히 아시아 신흥국 역할이 컸다.
중국은 재생에너지 설비 증가 폭이 전력 수요 증가를 앞서며 석탄 발전량이 2% 감소했고 탄소배출도 줄었다. 인도 또한 태양광 중심 설비 확충이 빠르게 이뤄지며 석탄·가스 발전을 대체하고 있다.
엠버의 선임 전력 분석가 마우고자타 비아트로스-모티카는 “우리는 지금 중대한 전환점의 첫 신호를 목격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증가하는 전력 수요를 태양광과 풍력이 감당할 수 있을 만큼 빠르게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선진국권에서도 변화는 감지된다. 미국과 EU에서는 재생에너지 투자 규모가 계속 확대되고 있다.
다만 일부 기간 및 지역에선 수요 증가분을 완전히 감당하지 못해 석탄·가스 사용이 일시 확대된 사례도 있다. 실제로 미국은 올 상반기 전력부문 탄소배출이 전년 대비 소폭 증가했다.
업계에서는 재생에너지 전환은 구조적 흐름으로써 이제는 ‘언제’와 ‘어떻게’의 문제라고 강조한다. 특히 태양광 패널 가격 하락과 기술 발달로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 등 국가들의 설비 보급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 또한 최근 보고서에서 “태양광은 세계에서 가장 저렴한 전력원이 됐다”고 분석한 바 있다.
다만 한계도 존재한다. 풍력 발전은 부지 확보, 환경 영향 평가, 높은 자재·설비 가격 등 여러 요인으로 인해 성장이 더딘 편이다.
또 고금리 환경 속에서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이 지연되는 경우도 많으며 재생에너지 간헐성으로 인한 백업 전력 의존도 문제도 여전하다.
이는 결국 전력망 인프라 확충과 함께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보완 기술 확대가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관점에서도 최근의 재생에너지 확대 흐름은 의미가 크다.
우선 탄소 배출 저감 효과가 수치로 입증됐다. 올 상반기 전력부문 온실가스 배출은 전년 대비 줄었으며 재생에너지가 없었다면 오히려 2% 가량 증가했을 것이란 것이 업계 해석이다.
또한 재생에너지 중심 전력 확대는 에너지 접근성을 개선하고 에너지 빈곤을 줄이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의 상황은 다르다. 여전히 전력 생산의 60% 이상을 석탄과 액화천연가스(LNG)에 의존하고 있다. 재생에너지 비중은 10%대에 그친다.
한국전력과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2024년 기준 한국의 재생에너지 발전량은 약 10.6%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1.7% 증가했지만 여전히 글로벌 평균 대비 낮은 수준이다. 그마저도 설비 편중, 출력 제한, 송전망 병목 문제로 인해 출력효율이 떨어진다.
정부는 ‘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통해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21.6%로 확대한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실현 가능성에 대한 회의적 시각도 존재한다. 정책 방향이 일관되지 않고 오락가락하는 원전 활용 기조와 충돌하는 지점도 있다는 평가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금 세계는 지금 탈탄소 대전환 길목에서 에너지 체계 전반을 재설계하는 중이다. 재생에너지 발전 비율이 석탄을 제친 것이 대표적”이라며 “이를 지속가능한 전력망으로 발전시키기 위해선 각국의 제도 설계, 기업 기술 투자, 인프라 연계가 맞물려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