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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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HOW] ESG 규제, 부담이지만 기회이기도...구축효과↓ 승수효과 ↑

작성자 관리자 날짜 2025-07-07 09:14:17 조회수 54
이치한 ESG행복경제연구소장
이치한 ESG행복경제연구소장

[한스경제=이치한 ESG행복경제연구소장] 최근 코스피 3,000포인트 돌파는 새 정부 출범에 따른 국민적 기대감을 반영하는 지표라 할 수 있다. 이러한 기대감은 사회·경제 전반은 물론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정책에 대한 관심 확대로도 이어지고 있다. 특히, 새 정부가 ESG 추진 강화를 주요 국정과제로 천명한 점은 주목할 만한 흐름이다.

국내 기업들은 그동안 글로벌 ESG 경영 트렌드에 비해 다소 뒤처진 평가를 받아왔다. 이제는 투자자 신뢰를 회복하고, 강화되는 ESG 규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실질적인 준비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국제적으로 ESG 정책의 무게중심은 민간의 자율적 실천에서 정부 주도의 규범화로 이동하고 있다. 우리 정부 역시 ESG를 기업 경영의 핵심 과제로 제도화하겠다는 정책적 의지를 분명히 하며, 정보공시 의무화, 이중 중대성 대응, 국제공시기준(ISSB 및 ESRS)의 도입 등을 속도감 있게 추진 할 전망이다.

실제로 상당수 대기업들은 ESG 전담조직을 중심으로 탄소중립, 자원순환, 공급망 관리, 지배구조 개선 등 핵심 과제들을 체계적으로 이행해 나가고 있다. 그러나 중소·중견기업에게 ESG는 여전히 낯설고 버거운 과제다. 제한된 인력과 자원 속에서 정보공시 대응을 위한 전담인력 확보, 내부 시스템 구축, 컴플라이언스 비용 등의 부담은 결코 가볍지 않다.

이러한 현실은 기업 규모에 따라 ESG 이행 수준의 격차로 드러나고 있으며, ESG 생태계 전반의 대응역량 부족도 함께 노출되고 있다. 때문에 ESG 정책이 ‘규제 중심’으로만 전개될 경우 기업의 자발적 참여와 혁신 역량을 저해하는 이른바 ‘구축효과(crowding-out effect)’가 우려된다. ESG가 전략적 선택이 아닌 단순한 ‘행정적 의무’로 인식되는 순간, 그 본래의 정책적 목적은 실현되기 어려워진다.

자칫하면 ESG 정책이 기업 역량을 소진시키는 규제로 전락하고, 나아가 경제 전반의 활력까지 저해하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특히, ESG의 도입 역사가 긴 서구의 정책과 기준을 국내에 그대로 이식하거나 무비판적으로 모방할 경우 산업 구조와 경영 환경이 다른 우리 기업들에겐 오히려 구조적 왜곡과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따라서 ESG 공시의무 확대에 따라 기업의 부담이 가중될 수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단순한 규제의 확대보다는 인센티브 중심의 정책 전환이 우선적으로 검토돼야 한다. 바람직한 방향은 ESG 정책이 ‘승수효과(multiplier effect)’를 유발할 수 있도록 설계되는 것이다. 즉, 정책 초기 단계에서의 정부 개입이 민간부문의 ESG 이행을 촉진하고 이를 통해 촉발된 긍정적 효과가 산업 전반은 물론 사회 전 영역으로 확산되며, 궁극적으로 지속가능한 성장으로 이어지도록 유도해야 한다.

예컨대, ESG 경영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권고 수준을 넘어서, 실질적이고 체계적인 인센티브 제도의 정비가 필요하다. 특히 금융, 세제, 공공조달 등 다양한 분야에서 ESG 경영을 우대하는 정책적 지원은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서는 ESG 경영과 연계한 △세제 감면 제도의 도입, △녹색채권 발행 시 금리우대 및 공공보증의 확대, △R&D 및 정책금융을 ESG 혁신 프로젝트와 연계하는 지원체계의 구축, △공공조달 과정에서 ESG 인증과의 연계 강화 및 가점 부여, △기업의 규모와 업종별 특성을 반영한 차등 적용 기준 마련 등이 요구된다. 이러한 정책들은 단기 처방에 그치지 않고, 장기적 관점에서 일관된 정책 기조 아래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제도적 인센티브는 기업으로 하여금 ESG 투자를 단기적인 비용이 아닌, 장기적인 수익과 경쟁력 강화의 기회로 인식하게 만드는 핵심 수단이 될 수 있다. 나아가 이는 ESG의 자발적 확산을 유도함으로써 정책의 ‘승수효과’를 극대화하는 중요한 촉진자(Facilitator) 역할을 할 것이다.

궁극적으로 정부 정책의 초점은 ‘규제의 정교화’뿐 아니라 ‘인센티브의 촘촘함’에 맞춰져야 한다. ESG는 단순한 규제가 아니라 혁신을 유도하고 지속가능한 경쟁력을 확보하는 전략적 촉매로 기능해야 한다. ESG는 그 연결고리를 설계할 수 있는 가장 전략적인 출발점이며, 따라서 정책의 방향은 ‘구축효과’를 최소화하고 ‘승수효과’를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전환돼야 한다.

ESG는 단순한 규제 대응이 아니라, 기업의 전략적 자산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그 전략이 지속가능한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자율성과 유인을 기반으로 설계될 필요가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새 정부의 ESG 정책 역시, 규제수단을 넘어 혁신을 촉진하는 실용적 프레임으로 한층 고도화해야 한다.

결국 ESG는 기업이 규제에 수동적으로 대응하는 대상이 아니라, 성장과 생존을 위한 주도적 전략으로 기능해야 한다. 지금이 ESG 정책에 ‘균형의 기술’을 발휘해야 할 결정적 골든타임이다. 규제와 인센티브, 통제와 자율, 형평성과 실효성 간의 정책적 조합(Policy Mixing)과 정밀한 조율(Fine Tuning) 없이는, ESG 시대의 실질적 전환과 지속가능한 성장은 결코 이루어질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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