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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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칼럼] 이사 충실의무 확장, ESG 위상과 존재감 확대로 이어져

작성자 관리자 날짜 2026-02-23 10:55:59 조회수 19

| 서울=한스경제 이치한 ESG행복경제연구소 소장 | 국내 1차 상법 개정의 핵심은 이사의 충실의무 범위를 기존의 ‘회사’에서 ‘회사와 주주’로 명확히 확장한 데 있다. 이는 단순한 문언 정비가 아니라, 이사회 책임의 기준과 의사결정의 구조를 재정립하는 제도적 전환을 의미한다.

기존 상법 체계에서 이사의 충실의무는 회사라는 법인에 귀속되는 개념으로 해석돼 왔다. 주주 이익은 회사 이익에 포함된 요소로 간주됐고, 이사의 책임 역시 회사 손해 발생 여부를 중심으로 판단됐다.

그러나 충실의무에 주주 이익이 명시적으로 포함되면 판단의 기준은 달라진다. 이사회는 단기손익이나 회계상 성과뿐 아니라, 중·장기적으로 주주가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까지 고려해 의사결정을 설명해야 하는 위치에 놓인다. 이는 결과의 책임이 아니라 과정의 책임으로 범위를 넓히는 변화다. 

이러한 배경에서 ESG의 법적 위상과 경영내 존재감 역시 함께 변화하고 있다. 기존에는 ESG가 주로 규제 대응이나 평판 관리의 영역에서 논의돼 왔다. ESG 투자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은 확산됐지만, 단기 실적과 충돌할 경우 선택적이거나 부차적인 과제로 밀려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이처럼 ESG 경영은 법적으로 이사회의 핵심 판단 영역이라기보다 실무 조직의 집행 과제로 인식되는 경향이 강했다. 이 구조에서는 장기적 가치 훼손이나 잠재적 리스크 관리 실패가 당장의 손해로 현실화되지 않는 한, 이사회 책임으로 직접 연결되기 어려웠다.

그러나 주주 이익이 충실의무의 보호대상에 포함되면서 기후변화 대응, 공급망 리스크, 인적자본과 같은 ESG 요소들은 더 이상 단순한 비재무적 이슈가 아니다. 장기 현금흐름의 안정성, 자본비용, 기업의 리스크 프리미엄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이미 시장에서 평가되고 있으며, ISSB(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기준에 따른 공시는 이러한 흐름을 제도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이번 상법 개정 논의의 핵심은 ESG를 둘러싼 책임을 추상적 선언의 영역에서 끌어내려, 이사회의 판단과 책임이 실제로 귀속되는 지점을 명확히 했다는 데 있다. 앞으로 ESG 요소의 중요성을 인식하고도 이사회가 적절한 대응을 하지 않았다면, 그 판단 자체는 주주가치 보호 의무와의 관계에서 당연히 검토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현실의 이사회 운영은 여전히 제도 변화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ESG행복경제연구소가 국내 시가총액 상위 250대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87개사가 이사회 산하에 ESG 위원회를 설치·운영하고 있었지만, 실효성 측면에서는 뚜렷한 한계가 확인됐다. ESG 위원회의 연간 평균 회의 횟수는 3.8회에 그쳤고, 안건 역시 ‘심의’나 ‘의결’보다는 단순한 ‘보고’ 수준에 머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사회의 ESG 전문성과 성과 연계 체계 역시 미흡한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환경 또는 ESG 분야에 실질적 전문성을 갖춘 사외이사를 선임한 기업은 전체 250개사 중 18곳(7.2%)에 불과했으며, ESG 성과를 임원 보수 체계에 연동한 인센티브 제도를 도입한 기업도 32개사(12.8%)에 그쳤다.

이는 ESG를 경영 전략의 핵심 축으로 강조하면서도, 정작 이사회 운영과 인사·보상 구조에는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ESG를 ‘중요하다’고 선언하는 것과, 그 책임을 실제 이사회 판단과 성과 체계에 연결하는 것 사이에는 여전히 상당한 간극이 존재한다.

이사회의 의무가 회사와 주주로 확장되면서, ESG 관련 판단의 최종 책임은 더 이상 ESG 전담 부서에 머물지 않는다. 어떤 ESG 리스크를 왜 관리하지 않았는지, 왜 전환 투자를 미뤘는지, 그리고 그 판단이 장기적으로 기업가치와 주주이익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설명해야 할 주체는 이제 이사회다.

이에 따라 거버넌스의 역할 역시 형식에서 실질로 이동한다. ESG위원회 설치 여부나 규정 정비만으로는 이사회 책임을 충분히 설명할 수 없다. 이사회에 요구되는 것은 ESG 이슈가 언제, 어떤 경로를 통해 재무적 위험이나 기회로 전이되는지를 구조적으로 이해하고, 그에 따른 판단의 합리성과 책임성을 주주와 시장에 설명할 수 있는 역량이다.

ESG를 고려하지 않은 판단이 결과적으로 주주이익을 침해했다는 평가를 받을 경우, 이사회는 그 판단의 정당성을 법적·제도적으로 설명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가능성이 커진다. 이에 따라 개별 결정이 합리적인 주주가치 보호의 관점에서 설명 가능한 판단이었는지가 핵심 기준으로 부상하고 있다.

상법 개정이라는 법의 언어로 시작된 변화는 ESG 경영을 거버넌스 중심으로 이동시키고 있다. 이제 이사회의 ESG 리더십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기업의 지속가능성과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요건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치한 ESG행복경제연구소 소장 Ichan@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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