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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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칼럼] ESG 공시 로드맵 공개… ‘워싱’ 넘어 ‘워시백’으로

작성자 관리자 날짜 2026-02-25 15:35:50 조회수 7

| 서울=한스경제 이치한 ESG행복경제연구소 소장 | 지난 2021년 금융위원회가 2025년부터 지속가능경영보고서의 단계적 의무화를 예고한 이후, 수차례 연기와 조정을 거쳐 온 ESG 공시 로드맵이 마침내 초안을 마련했다. 정부는 오는 4월 최종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국내 ESG 공시기준은 글로벌 정합성을 고려해 ISSB(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 제정 기준을 기반으로 마련되었으며, 2028년부터 연결자산 총액 30조 원 이상(2027 회계연도 기준) 코스피 상장사를 시작으로 단계적으로 적용 범위를 확대한다.

이번 로드맵은 단순한 일정표의 제시가 아니다. 국내 기업이 글로벌 자본시장의 공시 체계에 본격 편입되는 제도적 전환점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그동안 로드맵 부재로 누적됐던 기업의 불확실성과 시장의 관망 기조는 상당 부분 해소될 전망이다. 동시에 ESG 경영은 선언과 자율의 영역을 넘어 제도와 규범의 틀 안으로 구조적으로 편입되는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특히 ESG 정보공시 규범화는 기업 경영 전반에 이른바 ‘워시백 효과’를 촉발할 수 있는 제도적 토대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워시백 효과’는 교육학에서 비롯된 개념이다. 평가 방식이 학습자의 행동과 태도를 변화시킨다는 통찰을 담고 있다. 시험의 내용과 기준이 달라지면 학습 전략 역시 달라진다. 이는 의지나 도덕성의 문제가 아니라, 무엇이 평가되고 어떻게 측정되는지가 실제 행동을 규정하기 때문이다.

무엇을 가르치느냐보다 무엇을 평가하느냐가 현실의 선택을 좌우한다는 점에서, ‘워시백 효과’는 ESG 공시의 제도화가 기업의 의사결정 구조와 경영 행태를 어떻게 재편할지를 설명하는 데 매우 적절한 개념이다. 

공시 기준이 곧 행동의 기준이 되는 순간, ESG는 선택적 구호가 아니라 전략적 의사결정 변수로 전환된다.

2028년부터 적용될 ESG 정보공시 의무화와 ISSB 중심의 공시 기준 확정은 ESG를 캠페인이나 권고 수준을 넘어 새로운 ‘게임의 룰’로 격상시키고 있다.

ESG는 더 이상 자율적 실천의 영역에 머무르지 않는다. 그것은 평가와 비교의 대상이며, 자본시장의 투자 판단과 기업가치 산정에 직접 반영되는 공식적 기준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그동안 ESG 논쟁의 중심에는 ‘경제성’이라는 질문이 놓여 있었다. 환경·사회·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선제적 투자비용이 과연 장기적으로 이를 상회하는 수익으로 회수될 수 있는지, 혹은 단기 실적을 잠식하는 부담으로 작용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지속돼 왔다. 기업 입장에서 ESG는 도덕적 당위의 문제가 아니라, 투자대비 수익의 문제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시와 규제의 제도화는 이 질문의 전제를 바꾸고 있다. ISSB 기준을 중심으로 ESG 정보는 재무제표에 준하는 신뢰성과 검증 가능성을 요구받는 공식적 정보 체계로 편입되고 있다.

측정과 공시의 기준이 제도화되는 순간, 기업의 경영 행태 역시 그 기준에 맞춰 재구성된다. 이 지점에서 ESG의 경제학은 단순한 비용-편익 계산을 넘어선다. 

공시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거나, 기후·인권·공급망 등 핵심 ESG 리스크 관리체계가 취약한 기업은 자본시장에서 정보 비대칭과 불확실성의 원천으로 인식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자본비용 상승과 기업가치 할인으로 이어질 수 있다.

결국 ESG 정보공시 로드맵의 확정은 행정 절차의 마무리가 아니라, 기업 경영의 ‘행동 함수’를 재설정하는 구조적 신호에 가깝다. 무엇을 측정하고, 어떻게 공시하며, 어떤 기준으로 비교될 것인지가 명확해지는 순간, 기업의 자원 배분과 전략적 우선순위는 그 평가 체계에 맞춰 재편될 수밖에 없다.

평가 기준은 곧 의사결정의 기준이 되고, 공시 항목은 리스크 관리의 출발점이 된다. 이 과정에서 ESG는 일회성 캠페인이 아니라 제도화된 판단 체계로 자리 잡는다. 이제 ESG는 자본시장 질서의 외곽이 아니라, 내부 규칙의 일부로 편입되고 있다. 로드맵의 확정은 그 전환을 공식화하는 신호에 가깝다.

국내 ESG 정보 공시 기준과 로드맵의 확정은 기업에게 분명한 메시지를 던진다. 전략 수립과 투자 의사결정, 리스크 관리체계 전반에 ESG 경영을 구조적으로 내재화한 기업만이 ‘워싱’을 넘어, ‘워시백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공시기준이 명확해진 이상, ESG경영을 준비하지 않는 선택지는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 ESG는 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구조적 조건이 되고 있다.
 

이치한 ESG행복경제연구소 소장 Ichan@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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