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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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칼럼] 자연자본의 시대가 열렸다

작성자 관리자 날짜 2026-07-13 14:57:20 조회수 44

| 서울=한스경제 이치한 ESG행복경제연구소 소장 | ESG가 기업 경영의 새로운 기준으로 자리 잡으면서 '자연자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과거 기업의 자본은 금융자본·제조자본·인적자본 중심으로 이해됐다. 그러나 ESG 시대에는 여기에 자연자본이 핵심 요소로 추가된다.

자연자본은 광물·산림·수자원 같은 천연자원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토양과 생물다양성, 기후 조절, 수자원 순환, 탄소 흡수 기능 등 자연 생태계가 제공하는 서비스와 시스템 전체를 포괄한다. 인간의 경제활동을 뒷받침하는 '보이지 않는 기반자산'인 셈이다.

최근에 등장한 것은 아니다. 세계적인 에너지 효율 전문가 에이머리 로빈스·폴 호컨·헌터 로빈스가 공동 집필한 ‘자연자본주의(Natural Capitalism)’는 이미 1999년 자연을 경제 시스템의 핵심 자산으로 바라보는 새로운 산업혁명의 방향을 제시했다.

저자들은 기존 산업자본주의가 자연을 무한히 쓸 수 있는 자원 창고로 여긴 결과, 환경 파괴와 자원 고갈이라는 구조적 한계를 초래했다고 지적한다. 자연자본주의는 이와 달리 자연을 경제활동의 외부 요소가 아니라, 경제 자체를 가능하게 하는 핵심 자본으로 바라본다. 

특히 이 책이 강조하는 핵심은 자연을 소비 대상이 아닌 경제활동의 ‘기반 자산’으로 인식해야 한다는 점이다. 일부 자원은 재생 가능하지만, 생태계와 생물다양성은 한번 훼손되면 원상회복에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거나 사실상 복원이 불가능한 경우도 적지 않다.

이는 ESG가 강조하는 지속가능성 개념과 깊게 맞닿아 있다. 지속가능성의 문헌상 기원은 18세기 한스 카를 폰 칼로비치의 저서에서 찾을 수 있지만, 현대적 논의는 1972년 로마클럽이 펴낸 ‘성장의 한계’를 계기로 본격화됐다. 무한한 경제성장과 유한한 지구 자원이 충돌한다는 문제의식이 지속가능성을 글로벌 의제로 부상시킨 출발점이다.

지속가능성 개념은 환경(E)·사회(S)·경제(E) 세 축이 균형을 이루는 상태로 정의된다. 환경이 감당할 수 있는 수용가능성(Bearable), 사회적 공정을 실현하는 형평성(Equitable), 경제적으로 지속될 수 있는 생존가능성(Viable)이 동시에 충족되어야 한다는 의미다. 흔히 말하는 3P(Planet·People·Profit)의 조화가 여기에 해당한다.

ESG 역시 같은 철학 위에 서 있다. 과거에는 환경 보호와 경제 성장, 사회적 가치가 서로 충돌하는 목표로 인식됐다. 환경을 지키면 비용이 늘고,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면 수익성이 낮아진다는 제로섬적 사고가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ESG는 이러한 프레임을 넘어선다. 지속가능성은 여러 목표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거나 희생하는 문제가 아니다. 환경·사회·경제적 가치를 동시에 창출할 수 있도록 경영 시스템을 통합적으로 설계하는 과정이다.

최근 자연자본이 다시 주목받는 배경에는 글로벌 ESG 공시체계의 변화가 자리하고 있다.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가 제정한 IFRS S1(일반 지속가능성 공시기준)과 IFRS S2(기후 관련 공시기준)는 기업이 재무제표에 반영하지 않는 지속가능성 관련 위험과 기회를 투자자에게 체계적으로 공개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IFRS S1은 기업가치에 영향을 미치는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전반의 정보를 공시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IFRS S2는 기후변화가 기업의 재무상태와 사업모델에 미치는 영향을 구체적으로 공개하도록 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한국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KSSB)가 KSSB S1·S2를 마련하며 글로벌 기준에 부합하는 ESG 정보공시 체계 구축에 나서고 있다.

특히 ISSB는 자연자본과 생물다양성 관련 공시를 별도의 기준으로 분리하기보다 IFRS S1·S2 체계 안에 단계적으로 반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주목받는 것이 자연관련 재무정보공개 협의체인 TNFD(Taskforce on Nature-related Financial Disclosures)다. TNFD는 생물다양성 훼손과 자연자본 감소를 재무적 위험으로 인식하고, 기업이 이에 따른 위험과 기회를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설계된 글로벌 공시 프레임워크다.

지난달 한스경제 주최 ‘2026 ESG 포럼 & 어워즈’에서 윤순진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장은 일본의 TNFD 채택 기관이 165개에 달하는 반면 한국은 7개 기관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윤원장은 이러한 격차를 줄이고 국제 기준 형성 과정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국내 기업과 기관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공시 의무화는 출발점에 불과하다. 글로벌 기업사회에서는 이미 한 단계 진화한 개념인 '네이처 포지티브(Nature Positive)'가 확산되고 있다. 자연 훼손을 최소화하거나 중립 수준에 머무는 것을 넘어 생태계 복원과 생물다양성 증진에 실질적으로 기여하는 방향으로 기업 전략을 전환하자는 개념이다.

이러한 변화는 자연을 경제활동의 외부 자원으로 바라보는 환경경제학적 관점을 넘어, 경제를 생태계 안에 존재하는 하나의 하위 시스템으로 이해하는 생태경제학적 관점으로의 전환을 요구한다. 

ESG 시대의 자연자본은 단순한 환경보호의 대상이 아니다. 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과 생존, 그리고 미래 경쟁력을 좌우하는 재무제표 밖의 핵심 자산으로 자리 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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