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스경제=김도현 기자 | ESG행복경제연구소가 국내 시가총액 250대 기업 가운데 자동차부품 업종의 지속가능경영보고서 공시 현황과 세부 ESG 항목을 분석한 결과, 업종 전반은 ESG 공시 체계와 환경 데이터 관리 측면에서 비교적 안정적인 수준에 도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 발간과 공시 자체를 둘러싼 기본 요건은 상당 부분 정착됐다는 평가다.
다만 이사회 전문성과 일부 핵심 항목에서는 기업 간 대응 수준 차이가 뚜렷하게 확인됐다. 이번 분석은 2024년 11월 말 기준 발간된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토대로 2025년에 집계한 통계자료를 기반으로 했다.
분석 대상은 ▲현대자동차 ▲기아 ▲현대모비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한온시스템 ▲HL만도 ▲에스엘 ▲금호타이어 ▲현대위아 등 9개사다. 표를 종합하면 자동차부품 업종은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발간율과 거래소·기업 홈페이지 공시율, 이중중대성 평가 수행률 모두 100%로 집계됐다. 업종 전반으로 ESG 보고서 체계가 자리잡혀 있다.
◆ 공시·중대성·환경 데이터는 안정권…업종 평균은 상위권
자동차부품 업종은 공시 체계의 일관성이 두드러진다. 보고서 작성 시 GRI를 활용한 기업 비율은 100%였고, TCFD와 SASB 활용률도 각각 88.9%로 높았다. 글로벌 ESG 프레임워크를 복수 적용하는 기업이 다수라는 점에서, 최소한의 국제 기준 대응 역량은 업종 전반에 확산된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ISSB 적용은 ▲HL만도 1곳에 그쳐, 차세대 글로벌 공시 기준에 대한 선제적 대응은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환경(E) 영역에서는 비교적 높은 성과가 확인된다. 온실가스 배출량 공시율은 100%로, 분석 대상 전 기업이 배출 데이터를 공개했다. Scope3 공시율도 100%로 집계돼 ▲현대자동차 ▲기아 ▲현대모비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한온시스템 ▲HL만도 ▲금호타이어 ▲현대위아 ▲에스엘 등 9개사 모두 공급망 전반을 포함한 배출 구조를 제시했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공급망 요구가 강화되는 상황에서, 이러한 대응은 업종의 경쟁력을 방어하는 최소 요건으로 작용하고 있다.
반면, 내부탄소가격 공시율은 55.6%로 ▲기아 ▲현대모비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금호타이어 ▲현대위아 5개사가 내부탄소가격을 제시했다. 제조업 특성상 금융업 대비 상대적으로 빠른 대응이라는 평가도 가능하지만, 업종 전체로 보면 여전히 절반 수준에 머물러 있다. 배출량 관리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의사결정에 탄소 비용을 반영하는 구조까지는 아직 확산되지 않았다는 의미다.
◆ 위원회는 100%…전문성은 한국타이어가 유일
지배구조(G) 측면에서는 업종의 구조적 한계가 보다 선명하게 드러난다. 자동차부품 업종 9개사는 모두 ESG위원회 또는 지속가능경영위원회를 설치·운영하고 있다. 위원회 설치율만 놓고 보면 업종 평균은 100%다. ESG를 이사회 의제로 다루는 형식적 틀은 완성된 셈이다.
그러나 위원회의 ‘구성’과 ‘내용’에서는 차이가 난다. 환경·ESG 전문 이사를 보유한 기업은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단 1곳으로, 전문성 보유율은 11.1%에 그쳤다. 다수 기업이 ESG 안건을 논의하는 구조는 갖췄지만, 이를 전문적으로 해석하고 장기 경영 전략으로 연결할 인적 기반은 여전히 제한적이다. 글로벌 규제와 공급망 요구가 복잡해지는 환경에서, 전문성 부재는 향후 의사결정의 질을 좌우할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여성 등기임원 수 역시 기업당 평균 1.3명으로 아쉬움을 보였다. ▲기아(2명) ▲현대자동차(3명) 2개사는 비교적 안정적인 구성을 보였지만, 업종 전반에서 이사회 다양성은 아직 상징적 수준이라는 평가가 가능하다. ESG를 전략적 의사결정 구조로 끌어올리기에는 추가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 한국타이어, ESG를 ‘위원회’에서 ‘파이프라인’으로 끌어올린 사례
업종 내에서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는 ESG 대응의 방향성이 비교적 분명한 기업으로 분류된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를 주요 고객으로 두고 북미·유럽·중국 등 주요 시장에 생산 거점을 운영하는 한국타이어는, 규제 대응을 넘어 공급망 신뢰 확보가 곧 경쟁력으로 직결되는 사업 구조를 갖고 있다.
한국타이어는 ESG위원회를 설치하는 데 그치지 않고, 환경·ESG 전문 이사를 선임하여 성과규정도 함께 정의하며 이사회 차원의 해석과 판단 구조를 갖췄다. 이는 분석 대상 자동차부품 업종 가운데 유일한 사례다. ESG 이슈를 단순 보고 안건이 아닌, 중장기 전략과 리스크 관리의 판단 기준으로 끌어올리려는 의도가 이사회 구성에서부터 드러난다는 평가다.
환경(E) 영역에서도 비교적 선제적인 행보가 확인된다. 한국타이어는 내부탄소가격을 공시하고, Scope3를 포함한 배출 구조를 비교적 체계적으로 제시했다. 뿐만 아니라, ESRS, ISSB등 글로벌 지속가능성 표준 또한 공시했다. 이는 배출량을 단순히 ‘관리 대상 수치’로 제시하는 수준을 넘어, 장기적인 투자 판단과 사업 포트폴리오 조정에 활용하려는 접근으로 해석된다. 특히 원재료 조달, 물류, 완성차 고객사까지 이어지는 밸류체인 특성을 고려하면, Scope3 관리 여부는 향후 거래 지속성과 직결되는 요소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협력사에 대해 탄소 감축 목표와 데이터 신뢰성을 동시에 요구하는 환경에서, 한국타이어의 이러한 대응은 단기 비용 부담을 감수하더라도 중장기 공급망 신뢰를 확보하려는 전략적 선택으로 읽힌다. 단순히 “요구에 대응하는 협력사”가 아니라, ESG 기준을 선제적으로 내부화한 파트너로 자리매김하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자동차부품 업종이 전반적으로 ‘공시 안정권’에 진입한 상황에서, 한국타이어의 사례는 ESG를 위원회 설치와 보고서 발간의 문제에서 한 단계 끌어올려, 이사회 판단–환경 데이터–의사결정 구조로 이어지는 전략 파이프라인으로 연결한 대표 사례로 평가할 수 있다. 향후 업종 내 ESG 경쟁은 이러한 구조를 얼마나 빠르게 확산시킬 수 있는가에 따라 갈릴 가능성이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