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스경제=김도현 기자 | ESG행복경제연구소가 국내 시가총액 250대 기업 가운데 철강·기계 업종을 대상으로 지속가능경영보고서 공시 현황과 세부 ESG 항목을 분석했다. 그 결과 일부 기업은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아예 발간하지 않으며, 업종 평균을 구조적으로 끌어내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번 분석은 2024년 11월 말 기준 발간된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토대로 2025년에 집계한 통계자료를 기반으로 했다.
분석 대상은 ▲고려아연 ▲현대로템 ▲두산밥캣 ▲두산로보틱스 ▲레인보우로보틱스 ▲현대제철 ▲현대엘리베이터 ▲ISC ▲풍산 ▲HD현대인프라코어 ▲피엔티 등 11개사다. 이 가운데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한 기업은 8곳으로, 보고서 발간 기준 공시율은 72.7%로 집계됐다. 반면 KRX(한국거래소 이하; 거래소) 홈페이지 공시율은 54.5%에 그치며, 공식 공시 채널을 통한 정보 접근성 측면에서는 한계가 드러났다.
◆ 거래소 공시 54.5%…‘보여주는 ESG’와 ‘공식 ESG’의 간극
철강·기계 업종 다수 기업은 기업 홈페이지를 통해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공개하고 있지만, 자본시장 공식 채널인 거래소 공시로까지 연결한 비율은 54.5%에 그쳤다. ▲고려아연 ▲현대로템 ▲두산밥캣 ▲현대제철 ▲현대엘리베이 ▲HD현대인프라코어 등 6개사는 거래소 공시를 이행한 반면, 일부 기업은 홈페이지 공시에만 머물거나 아예 보고서를 발간하지 않았다.
특히 철강·기계 업종은 탄소 배출, 산업안전, 공급망 인권, 환경 규제 리스크가 동시에 작용하는 대표적인 고위험 산업이다. 이런 특성에도 불구하고 공시 채널을 기업별로 선택적으로 운영하는 구조가 유지될 경우, 투자자와 이해관계자가 업종 전반의 ESG 수준을 비교·판단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 ESG 공시가 ‘존재 여부’가 아닌 ‘공식성’의 문제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에서, 거래소 공시율 54.5%는 결코 가벼운 수치가 아니다.
◆ 두산로보틱스·레인보우로보틱스·피엔티,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미발간’
철강·기계 업종 분석에서 가장 뚜렷하게 드러난 문제는 두산로보틱스, 레인보우로보틱스, 피엔티 3개사의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미발간이다. 이들 기업은 기업 홈페이지와 거래소 공시 채널 어디에서도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확인할 수 없었다.
세 기업은 로봇 자동화, 협동로봇, 2차전지 제조 장비 등 미래 성장 산업의 핵심 기업으로 분류된다. 특히 두산로보틱스와 레인보우로보틱스는 기술 경쟁력과 성장성 측면에서 시장의 주목을 받아왔고, 피엔티 역시 글로벌 배터리 공급망과 직접 연결된 장비 기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경, 안전, 공급망, 인권, 내부통제 등 핵심 ESG 이슈에 대한 종합적인 관리 체계와 공개 자료는 제시하지 않고 있다.
철강·기계 업종은 고탄소 구조와 산업재해, 공급망 리스크가 상존하는 대표적인 고위험 산업이다. 이러한 업종 특성을 고려하면,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미발간은 단순한 공시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ESG 관리 체계 자체가 아직 구축되지 않았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글로벌 고객사와 투자자들이 협력사 ESG 정보를 점차 엄격히 요구하는 환경에서, 보고서 부재는 중장기적으로 거래 리스크와 신뢰도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가볍게 보기 어렵다.
◆ 온실가스는 공시했지만…Scope3·전문성에서 갈린 기업별 간극
온실가스 배출량(Scope1·2) 공시는 다수 기업이 이행하고 있지만, Scope3(공급망 배출) 공시율은 54.5%로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났다. 이는 업종 전체의 대응 부족이라기보다, 보고서를 발간하지 않은 3개사가 평균치를 끌어내린 구조적 영향이 반영된 결과로 해석된다.
보고서를 발간한 기업들은 공급망 배출을 포함한 전주기 관리 필요성을 인식하고 단계적으로 Scope3 공시를 확대하는 반면, 공시 체계가 없는 기업은 해당 수준 자체를 가늠하기 어렵다. 이로 인해 업종 내 ESG 대응 수준은 평균값보다 기업별 격차가 훨씬 크게 벌어져 있는 상태다.
환경 전문성 측면에서도 차이는 분명하다. 철강·기계 업종 가운데 환경·ESG 전문 이사를 명확히 둔 기업은 ▲고려아연이 대표적이다. 고려아연은 이사회 차원에서 환경 리스크를 전문적으로 검토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고 있는 반면, 다수 기업은 ESG위원회 설치에 그치거나 전문성 여부가 명확히 드러나지 않는 구성에 머물러 있다.
온실가스 수치를 ‘공시 항목’으로 관리하는 단계와, 이를 전략·투자·공급망 판단으로 연결하는 단계 사이에는 분명한 간극이 존재한다. Scope3 공시 여부와 환경 전문 인력의 유무는 그 경계를 가르는 핵심 지표로 작용하고 있다.
◆ 철강·기계 ESG의 과제는 ‘확산’보다 ‘격차 해소’
철강·기계 업종은 일부 선도 기업을 중심으로 ESG 관리 체계가 일정 수준 정착 단계에 들어섰다. 그러나 동시에 지속가능경영보고서조차 발간하지 않은 기업이 공존하면서, 업종 전체의 ESG 신뢰도는 제한받고 있다. 이번 분석은 철강·기계 업종의 과제가 단순히 평균 공시율을 높이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기업 간 ESG 대응 격차를 어떻게 줄일 것인가에 있음을 보여준다.
공시 여부, Scope3 관리, 환경 전문성, 공식 공시 채널 활용 여부는 향후 글로벌 규제와 공급망 요구가 강화될수록 기업 경쟁력을 가르는 핵심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철강·기계 업종 ESG는 지금, ‘선도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뒤처진 기업을 어떻게 끌어올릴 것인가’라는 구조적 질문 앞에 서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