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태양광+배터리 ESS 실증…층간소음·리모델링 기술 확장하며 미래형 주거기술 구축
기후위기 대응과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 건물 부문 에너지 절감과 온실가스 감축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우리나라 건물의 80%가 노후화된 가운데 에너지 효율이 떨어지는 건축물은 2050년까지 탄소중립 실현의 최대 걸림돌로 지적되고 있다. 이에 제로에너지(ZE), 그린리모델링(GR) 건축은 친환경·에너지 효율 혁신, 일자리 창출, 건물 가치 상승 등 다양한 효과를 앞세워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선진국은 이미 민간·공공 부문을 아우르는 중장기 정책에 힘을 싣고 있으나, 국내는 아직 민간 지원이 미흡한 실정이다.
그럼에도 국내 건설사, 건자재 업체, 금융, 에너지관리 솔루션 기업들은 제로에너지 건축 분야에서 혁신적 신기술 개발과 실증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스경제는 이번 기획 시리즈를 통해 그린리모델링과 제로에너지 건축 활성화의 실효성과 혁신방안, 각 업계의 현장 도전기를 밀도 있게 전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 한스경제=한나연 기자 | 롯데건설이 건물 외벽 태양광, 에너지저장장치, 층간소음 저감 등 기술을 결합해 친환경 주거 혁신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단순한 제로에너지 의무화 대응이 아닌, 건물이 직접 에너지를 생산·저장하고 생활 품질까지 개선하는 ‘통합형 기술 건설사’ 전략이다.
◆건물 외벽이 발전소…BIPV+바나듐 ESS 실증
롯데건설은 ‘건물일체형 태양광 발전 시스템(BIPV, Building Integrated Photovoltaic)’과 여기서 생산된 에너지를 저장하는 ‘바나듐 이온 배터리 에너지저장장치(VIB ESS, Vanadium Ion Battery Energy Storage System)’를 서울시 잠원동에 위치한 롯데건설 본사 사옥에 시범 구축하고 성능평가를 진행하고 있다.
BIPV는 건물의 외벽에 설치돼 전력 생산과 건축 외장재의 기능을 동시에 수행하며, 별도의 설치 면적이 필요 없어 시공 면적이 부족한 도심 건물에서 활용도가 높다. BIPV에서 태양광 모듈은 ‘GtoS’(유리와 철판 접합) 공법으로 설치됐고, 일반 태양광 모듈인 ‘GtoG’(양면유리 접합) 방식과 달리 전면은 유리, 후면은 철판으로 제작해 무게를 경량화했다.
생산된 전력은 스탠다드에너지와 공동 연구 중인 바나듐 이온 배터리(VIB ESS)에 저장된다. 리튬이온 대비 화재 위험이 적고 수명이 길며, 실내 부착형 ‘에너지 타일’ 형태로도 적용되는 등 주거용 건축물에 적합한 기술로 평가받는다.
지난 9월에는 현대제철, 한화솔루션, 삼화페인트, 엡스코어, 고려대학교와 함께 GtoS의 건물일체형 태양광 발전시스템(BIPV) 공동 기술개발에 관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롯데건설은 ZEB 기술 및 시공 역량을 바탕으로 개발제품의 실증과 건물 적용성 검증을 맡게 된다.
롯데건설 기술연구원 관계자는 “이번 협약을 통해 산업계와 학계가 함께 BIPV 소재 개발부터 제작, 건축물 적용에 이르는 BIPV 통합 Value Chain을 확보할 계획”이라며 “향후 BIPV 시장 선도와 글로벌 시장진출에도 적극적인 역할을 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층간소음도 기술로 해결…스프링 바닥·능동 제어까지
에너지뿐 아니라 생활 품질 문제인 층간소음 기술도 적극 개발 중이다. 롯데건설은 바닥 완충재에 방진용 금속 코일 스프링을 적용한 구조로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서 중량·경량 충격음 모두 1등급을 획득했다. 진동 흡수력이 높은 금속 스프링을 활용해 바닥 두께(320mm)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소음 차단을 강화한 방식이다.
또 음향제어 기업 ‘세이렌어쿠스틱스’와 함께 능동형 진동 제어 층간소음 장치도 개발했다.천장형 층간소음 저감장치 시스템으로, 신축 아파트는 물론 기존 아파트에도 적용 가능하다는 강점이 있다.
이밖에도 롯데건설은 BIPV, 고단열 창호, 에너지 저장장치 등을 기존 건축에 적용하며 ‘에너지 리모델링’ 시장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특히 2023년 이촌 현대 리모델링 사업에서는 ▲3D 스캔 역설계 ▲빅데이터 기반 스마트 계측 ▲충격하중 분석 시스템 등 특화 기술을 실증하며, 설계–시공–유지관리 전 단계를 아우르는 기술 지원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롯데건설의 전략을 “건물이 단순히 에너지를 아끼는 것을 넘어, 스스로 생산·저장하고 생활 환경 문제까지 해결하는 시스템으로 진화하는 과정”이라고 평가한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고객들에게 더 나은 주거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연구개발에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