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AI 기반 ‘기가 에너지’, 외식업계 전력 사용 14%↓...실시간 데이터 최적 제어
KT 에스테이트 'BEMS', 국내외 건물 10~30% 에너지 절감 효과 확인
KT 연료전지 EMS·직접 PPA 사업으로 산업단지 탄소중립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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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 대응과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 건물 부문 에너지 절감과 온실가스 감축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우리나라 건물의 80%가 노후화된 가운데 에너지 효율이 떨어지는 건축물은 2050년까지 탄소중립 실현의 최대 걸림돌로 지적되고 있다. 이에 제로에너지(ZE), 그린리모델링(GR) 건축은 친환경·에너지 효율 혁신, 일자리 창출, 건물 가치 상승 등 다양한 효과를 앞세워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선진국은 이미 민간·공공 부문을 아우르는 중장기 정책에 힘을 싣고 있으나, 국내는 아직 민간 지원이 미흡한 실정이다. 그럼에도 국내 건설사, 건자재 업체, 금융, 에너지관리 솔루션 기업들은 제로에너지 건축 분야에서 혁신적 신기술 개발과 실증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스경제는 이번 기획 시리즈를 통해 그린리모델링과 제로에너지 건축 활성화의 실효성과 혁신방안, 각 업계의 현장 도전기를 밀도 있게 전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
| 한스경제=박정현 기자 | 건물은 국내 에너지 소비의 20%를 사용하는 산업분야다. 건물과 건축은 전 세계 탄소 배출량 29%를 발생시키고 지구 최종 에너지 소비량의 36%를 차지하고 있다.
국내 대표 통신 기업 KT도 우리나라 전력 사용량의 약 0.5%(2016년 기준)을 소비한다. 이에 KT는 12년 이상 정부에서 지정한 에너지절약전문기업(ESCO)로 활동하면서 대형건물과 공장들의 많은 에너지를 절약하고 환경을 보호하는 사업에 참여해 왔다.
◆ AI가 건물 에너지 낭비 잡는다...KT의 '기가 에너지' 서비스
KT의 대표 에너지 관리 솔루션은 ‘기가 에너지’다. 기가 에너지는 ▲AI 기반 에너지 관리 서비스 ‘기가 에너지 매니저’ ▲수요자원이 참여하는 절감전력 거래 ‘기가 에너지 DR’ ▲블록체인 기반 소규모 전력중개 ‘기가 에너지 트레이드’로 구성된다.
KT가 기가에너지를 제공하는 과정에는 경기도 과천에 구축한 세계 최초 에너지 통합관제센터 ‘KT-MEG’의 분석 엔진 ‘e-Brain(이브레인)’이 핵심적으로 활용된다. 이브레인은 매장·건물의 에너지 소비 패턴을 학습한 뒤 최적 운전 방식을 계산해 자동 제어까지 수행한다.
실제 외식업계 최초로 프랜차이즈 계약을 체결한 KFC는 수도권 3개 매장에서 시범 운영한 결과 월 전력 사용량이 14% 이상 줄었다. 점주가 조명·에어컨 가동 시간을 일일이 관리할 필요 없이 시스템이 에너지 효율이 높은 시간대에 자동 운전한 덕분이다. 서울 한 대형 호텔은 월 128만원의 ‘기가 에너지 프리미엄’ 서비스를 도입해 연간 약 1억원의 비용 절감 효과를 예상하고 있다.
KT는 중대형 빌딩 전용 서비스 ‘기가 에너지 매니저 빌딩’도 고도화했다. 이는 건물자동화시스템(BAS)에 KT AI ‘로보 오퍼레이터’와 지능형 컨트롤러 ‘이박스’를 결합한 형태로 실시간 데이터 기반 최적 제어값을 산출해 냉난방·공조 설비를 자동 운전한다. 설비 이상 시 문자 알람과 원격 대응도 제공된다. KT는 향후 빌딩·공장·아파트 등 국내 주요 대형 건물로 적용 범위를 확대해 국가 전력 피크관리에도 기여한다는 목표는 세웠다.
KT의 부동산 전문 자회사 KT에스테이트도 비슷한 서비스를 운용 중이다. KT 에스테이트는 조명·냉난방·전기 설비에 센서를 설치해 실시간 데이터를 수집·분석하고 자동 제어하는 건물에너지관리시스템(BEMS)을 공급하고 있다. 현재 KT 광화문 웨스트 빌딩, 송파빌딩, 판교빌딩, 광화문 웨스트, 안다질 강남, 르메르디앙 명동이 KT 에스테이트의 BEMS를 사용하고 있다.
KT 에스테이트에 따르면 BEMS는 국내 기준 평균 10% 이상, 해외 선진국 사례에서는 최대 30%까지 에너지 절감 효과가 확인된다. KT 클라우드를 기반으로한 BEMS는 기존 대비 구축비를 최대 47%, 운영비를 67%까지 절감한다. KT 에스테이트에 따르면 이는 KT에스테이트 통합관제 플랫폼이 5년간 원격으로 에너지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구조 덕분이다.
실제로 서울 정동빌딩에 통합관제 플랫폼을 적용한 결과 냉동기 효율화, 냉수 온도 제어, 난방 스케줄 조정 등을 통해 냉방 에너지를 30% 절감하고 비용 4300만원이 절감됐다.
KT는 앞으로도 AI를 활용한 에너지 관리 서비스로 고객 만족은 물론 국가 차원의 에너지 효율 혁신과 신산업 창출에 기여할 생각이다. 자사의 5G 인프라를 활용하면 수천만개 이상 에너지 생산원과 소비처를 연결하고 AI 엔진을 기반으로 대용량 빅데이터를 분석해 하나의 발전소처럼 통합 운영이 가능해져 새로운 서비스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에 대해 KT 에너지플랫폼사업을 맡고 있는 김영명 KT 전무는 “5G 네트워크로 수천만개 에너지 생산·소비 시설을 연결, 가상발전소를 운영하는 시대가 올 것" 이라며 "개념을 실증하기 위해 KT 국사의 생산, 소비 자원을 집합하는 지능형 가상발전소를 구축했다. 통합관제와 에너지 발전·수요 예측, 거래 유형별 시뮬레이션 등 통합 운영을 시험 중”이라고 말한 바 있다.
◆ 단순 관리 넘어 EMS 전력 수급 직접 관리까지
KT는 자체 에너지관리시스템(EMS) 제공을 넘어 전력 수급을 직접 관리할 수 있는 경험을 축적하고 있다. 지난 2019년 국내 고체산화물연료전지(SOFC) 제조사와 연료전지사업 협력을 맺은 KT는 건물 에너지 이용 패턴에 따라 부하 대응이 가능한 연료전지 시스템 실증사업과 실시간 관제·원격제어가 가능한 자가소비형 건물용 EMS 개발에 나섰다. 이를 통해 건물에서 전기를 스스로 생산하고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플랫폼을 확보했다.
김영명 KT 전무는 “발전용 연료전지뿐 아니라 건물 에너지 효율화를 위한 자가소비형 연료전지 사업을 시작해 연료전지 종합 운영 사업자로 성장할 것”이라며 “인공지능 기반 KT-MEG 플랫폼과 미코의 SOFC 기술력, 원스톱 제품 생산 체계가 결집돼 건물용 연료전지 시장을 선도하겠다”고 밝혔다.
KT는 이미 국내 연료전지 시장에서 안정적 에너지 솔루션 제공에 힘써왔다. 경기도 과천 KT-MEG 관제센터에서는 실시간 연료전지 발전설비 운영 현황을 파악하고 있으며 지난해 강원 평창군 KT대관령수련관에 100㎾급, 올해 대전 대덕연구센터에 900㎾ 규모 연료전지 설비를 구축해 원격 관제해왔다. 이번 협약으로 KT는 발전용 EMS 외에도 건물용 연료전지에 최적화된 원격 통합 플랫폼을 확보하게 됐다.
아울러 7월에는 한국산업단지공단과 협력해 추진해 온 재생에너지 직접전력거래(직접 PPA) 사업이 본 계약 체결로 본격 실행 단계에 돌입했다. KT 서부광역본부는 남동 산단 수요기업 4개소와 직접 PPA 계약을 체결해 내달부터 재생에너지 전기를 공급한다. 해당 전력은 인천 남동 지식산업센터 옥상 1.2MW 공공 태양광 설비에서 생산되며 산업통상자원부와 인천시 지원, 인천테크노파크 주관으로 ‘에너지 자급자족 인프라 구축·운영 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된다.
이번 사업은 KT의 플랫폼 기술력과 산업단지공단 공공 태양광 인프라를 결합한 모델로 국내 제조업 현장의 탄소중립 전환과 RE100 대응을 지원하는 민관 협력의 실질적 성과다. 직접 PPA 계약 수요기업은 이오에스, 보성금속공업, 한국소재, 화신하이스틸 등 남동 산단의 대표 중소·중견기업 4곳으로, 재생에너지 사용을 통해 글로벌 공급망 탈탄소 요구에 선제 대응 기반을 마련했다.
권병욱 에너지플랫폼DX 사업담당 과장은 “다양한 현장에서 KT를 ‘지구를 지키는 기업’으로 인식할 수 있도록 에너지 효율 개선 활동을 지속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