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행복경제연구소가 창간 6주년을 맞은 한스경제를 통해 지난 2일 발표한 시총 50대 기업 ESG평가지수는 공개 직후 글로벌기업과 경쟁하기 위한 국내 기업의 훌륭한 길라잡이라는 평가가 이어졌다. 이중 상위 기업이 갖춘 글로벌경제 속 ESG경쟁력은 신뢰자본 형성을 추구하는 후발기업에 지속가능경영의 한 잣대를 제공한다는 의미가 있다. ESG행복경제연구소 평가지수와 해당 기업 ESG담당자 질의·응답을 토대로 10대 우수기업의 ESG 경영 활약상과 보완할 점을 조명했다. <편집자주>
삼성전자 /연합뉴스
[한스경제=김창권 기자] ESG 행복경제연구소가 올해 3월 공개한 ESG 평가지수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평점 93.8점을 기록하며 시총 50대 기업 중 3위에 올랐다.
삼성전자는 최근 세계적인 기업의 사회적 역할 강화 추세에 기여하기 위해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중심으로 한 지속가능경영 과제들을 점진적으로 수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존에는 기업이 이윤만을 추구해왔다면 이제는 글로벌 시장에서 기업이 살아남기 위해선 사회·경제·환경 등 분야에서 본연의 책임을 다해야 하는 경영활동이 강조되고 있는 것이다. 2000년대 들어 글로벌 환경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요구가 늘어나면서, 지속가능경영은 회사의 생존을 위한 필수 조건이 됐다.
이에 삼성전자는 지난해 지속가능경영 전략을 논의하는 전사 차원 협의기구인 지속가능경영협의회를 최고재무책임자(CFO) 주관으로 격상하고 경영 전반의 의사 결정 과정에 지속가능경영을 더 높은 순위로 반영할 수 있도록 했다.
기존 경영지원실 산하에 운영해온 지속가능경영사무국은 대표이사(CEO) 직속의 지속가능경영 추진센터로 격상하고 전사 지속가능경영의 컨트롤 타워로서의 역할을 강화했다. 또한 사업부 단위에도 지속가능경영사무국을 설립해 제품 기획에서부터 R&D·마케팅·AS 등 전 라이프 사이클에 걸쳐 지속가능성을 제품과 서비스에 구현하고 있다.
“글로벌 기업시민으로서 환경적, 사회적 가치 창출 할 것”
특히 지난해 6월 삼성전자가 발간한 지속가능경영 보고서에서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은 “삼성전자는 2019년 창립 50주년을 맞아 새로운 반세기의 첫걸음을 시작하며, 지속가능한 100년을 만들어가기 위한 의무와 역할을 무겁게 인식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김 부회장은 “경제적 성과와 함께 글로벌 기업시민으로서 환경적, 사회적 가치 창출을 위해 더욱 힘쓰겠다”고 덧붙였다.
이를 위해 삼성전자는 기후변화 대응을 강화하기 위해 생산 시설에 대한 친환경 투자를 확대하고 ‘미세먼지 연구소’를 설립하는 등 지구 환경 개선을 위한 활동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제품 수명 연장, 자원 재활용 확대 등을 통해 제품의 환경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개인정보보호, 사이버보안 등 회사의 제품과 서비스가 미칠 사회적 영향에 대해 고민하며, 임직원과 협력회사 직원의 근로 환경을 보호하고 증진하기 위한 활동을 강화한다.
이외에도 투명한 기업 구조와 윤리적 경영의 책무를 엄중히 받아들이기 위해 사외이사를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하고 관계사와 함께 준법감시위원회를 설치 및 운영하고 있으며, 나아가 글로벌 수준의 지배구조와 준법관리 체계 운영을 구축해 가고 있다.
맨 왼쪽부터 백홍주 TSP총괄 부사장, 김기남 DS부문 대표이사 부회장, 이재용 부회장, 진교영 메모리사업부장 사장, 정은승 파운드리사업부장 사장, 강인엽 시스템LSI사업부장 사장 /삼성전자
삼성전자만의 ESG 활동 사례는?
기후변화는 삼성전자 경영진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분야로,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에서도 기후변화 관련 안건을 보고받고 있다. 매년 환경안전위원회를 개최해 환경경영 및 기후변화 이슈와 대응 활동도 점검하고 있다.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환경 분야 임원들로 구성된 전사 협의체를 운영하며, 전사온실가스회의는 연 2회 개최해 온실가스 감축 과제의 이행 현황을 감독하고 있다. 또 에코협의회는 연 2회 개최되며 에너지 고효울 제품 개발, 실행에 대한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는 친환경 제품을 개발해 사회, 환경영향을 최소화하고 제품 생애주기 전 단계를 살피는 순환경제 원칙을 수립했다.
삼성전자는 제품 설계 단계부터 친환경성을 고려하기 위해 자체 친환경 평가제도인 에코디자인 프로세스를 운영하고 있다. 제품 친환경성 평가를 위해 한국 환경마크, 미국 전자제품환경성평가(EPEAT) 및 미국 가전협회(AHAM) 지속가능성인증 등 공신력 있는 친환경 인증 기준을 도입해 평가기준으로 활용한다.
대표적으론 모바일 제품 포장에 사용하던 플라스틱 용기와 비닐 포장재를 종이로 교체한 것이다. 기존 이어폰과 케이블을 감싸는 비닐은 지속 가능한 소재로 바꿨고, 나아가 모든 가전제품의 비닐 포장재를 지속가능한 소재로 점차 대체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2019년 말 유효인증 기준, 국가 및 기관으로부터 한국 환경표지인증, 중국 환경마크, 미국 UL, 스웨덴 TCO 등 총 8종의 환경마크를 취득했으며 약 900개의 인증 모델을 보유하고 있다.
이외에도 삼성전자는 수자원 관리가 사업장 환경보호의 시작이자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경영활동으로 보고 지난 10년 이상 수자원을 아껴 쓰고 재사용하고 재활용하는 3R(Reduce, Reuse, Recycle) 활동을 실시하고 있다. 또한 용수 사용량 저감을 사업장 경영지표로 관리한다.
수자원 관리를 위한 노력을 인정받아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은 지난 9월 22일에 영국의 친환경 인증 기관인 ‘카본 트러스트(Carbon Trust)’로부터 반도체 업계 최초로 조직단위 ‘물발자국’ 인증을 받기도 했다.
조직단위 물발자국 인증은 3년간 사업장에 사용한 용수량과 용수 관리를 위한 경영체제를 종합적으로 평가해 수여한다.
삼성전자, 2019년 지속가능경영가치 창출 성과 /삼성전자
ESG 대응 강화로 지속가능경영 기반 다져
삼성전자는 환경 분야 대응 외에도 사회공헌을 위한 활동도 지속하고 있다. 특히 창립 50주년을 기념해 새로운 사회공헌(CSR) 비전인 ‘함께가요 미래로! Enabling People’을 추진하고 있는데, 교육의 기회에서 소외되는 학생 없이 모든 청소년에게 양질의 교육을 제공하는 데 중점을 두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지난 10년간 20여 개 국가에서 169만명 이상의 학생이 참여한 ‘삼성 솔브 포 투모로우(Samsung Solve for Tomorrow)’는 청소년들이 지역 현안에 대한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STEM 관련 지식을 활용해 창의적인 솔루션을 구현하는데 기여했다.
또한 삼성전자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발굴해 사업으로 연계하고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 활성화에 기여하기 위해 C-Lab을 운영하고 있다. 이는 2012년부터 임직원을 대상으로 한 C-Lab 인사이드로 출발했으며, 2018년부터는 외부로 확대 개방한 C-Lab 아웃사이드를 함께 운영하고 있다.
C-Lab에서는 연구의 실패에 책임을 묻지 않고 연구의 영향력을 우선하는 ‘하이 리스크, 하이 임팩트(High Risk, High Impact)' 원칙을 바탕으로 기초과학, 소재, ICT(정보통신기술) 분야의 연구과제에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삼성전자는 오는 2022년까지 C-Lab에 1조5000억원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이외에도 삼성전자는 지배구조 분야의 투명성과 독립성 강화를 위해 이사회의 과반을 사외이사로 구성하고 2018년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를 분리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이사회 중심의 책임경영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최초로 사외이사를 의장으로 선임해 기업지배구조를 더욱 개선했다.
한편 글로벌 브랜드 컨설팅 전문업체 인터브랜드(Interbrand)가 발표한 ‘글로벌 100대 브랜드(Best Global Brands)’에서 삼성전자의 브랜드 가치는 사상 처음으로 ‘글로벌 톱(Top)5’에 진입했다.
인터브랜드는 삼성전자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을 위한 다양한 활동과 지속가능경영 활동 등이 브랜드 가치 상승의 주요 요인으로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이치한 ESG행복경제연구소 부소장은 “삼성전자는 총수 부재에도 불구하고 주주, 협력사, 사회와의 동반성장을 비롯해 친환경 및 사회문제 해결에 역점을 두고 ESG경영을 본격화하고 있다”며 “글로벌 기업으로서 삼성전자의 지속가능경영에 대한 위상은 더욱 주목받고 있다”고 말했다.
사회공헌 분야 최우수 평점에도 노동 분야에서 감점
삼성전자는 지속적으로 사회적 책임에 많은 투자를 이어가면서 ESG행복경제연구소 평가 가운데 사회(S) 부문에서 가장 높은 S등급을 받았다.
다만 사회공헌 분야에서 최고 등급인 S를 받았음에도 ‘사회적 법규 위규 및 이슈사항’으로 인해 -2점의 패널티를 받아 간신히 S등급(95 이상)을 넘기는 96.17을 기록했다.
지배구조(G) 부문에서는 한 단계 낮은 A+등급의 평가를, 환경(E) 부문에서는 A등급의 평가를 받았다.
사회공헌 평가에서 감점요인으로 적용된 부분을 살펴보면 지난해 삼성전자 전직 간부가 국회 사무처의 출입기자증을 활용해 부적절하게 국회를 드나들었던 점이 -0.2점의 패널티를 받았다.
또한 지난해 고용노동부가 산재 사고로 원청보다 하청에서 더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은 제조 대기업 10여곳의 명단을 공개했는데, 여기에 삼성전자가 포함되면서 감점을 받은 점도 포함됐다.
이외에도 삼성에버랜드 노조 와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강경훈 삼성전자 부사장이 실형을 선고 받는 등 위법행위들로 인해 사회 분야에서 총 -2점의 패널티가 발생했다.
환경 분야에서는 삼성전자의 미세먼지 배출량(toN)이 47로 나타나 전기전자 업계 평균인 14.6보다 높아 0.8의 가중치를 받으며, A등급에 머물렀다.
지배구조 분야에서는 감사기구의 독립성에서 0.8의 가중치를 받았는데, 이는 삼성전자의 감사팀이 당시 경영지원실 소속으로 내부감사업무 및 감사위원회 지원업무를 수행 중이었기 때문이다.
ESG행복경제연구소 측은 “사회 분야에서 삼성전자는 협력사 등과 함께하는 경영과 관련해선 강점을 보였지만 노동 분야 쪽에서 사회적 이슈가 많이 발생했던 점이 아쉬운 부분이다”고 설명했다.